섬으로만 구성된 신안군에 들어서면 도로에서 화장실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다. 편의시설이 부족한 섬을 찾은 관광객들이 ‘급한 볼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섬의 역사, 정체성, 개성을 살린 박물관, 기념관,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섬 전체를 한 가지 색으로 꾸미는 ‘색깔 마케팅’도 시작했다.

8월 8일 섬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섬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안의 ‘섬 맞춤 이색 정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안은 모두 1025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신안군은 이 가운데 나무와 풀이 없는 섬 21개를 제외하고, ‘천사(1004) 섬’이라는 로컬 브랜드를 만들어 마케팅에 나선 바 있다. 우리나라의 섬(3348개)의 30.62%, 섬의 보고(寶庫)인 전남도내 섬(2165개)의 47.34%가 있는 신안은 민선 7기 들어 섬과 관련된 다양한 시책을 개발해 추진중이다.

12일 신안군에 따르면 민선 7기 박우량 군수의 취임 이후 섬마을 곳곳에 박물관, 미술관, 기념관 등을 설립하고, 마을별 특색을 살린 테마공원이 조성하고 있다. 이를 축제로 승화시켜 관광객 방문이 크게 늘면서 쇠락한 섬마을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1004섬 사계절 꽃피는 섬 조성을 위해 지난해 섬마다 특성에 맞는 꽃나무와 다년생 화초를 선정했다.

지도 라일락, 임자 튤립, 도초 수국, 비금 해당화, 하의 무궁화, 신의 먼나무, 자은 자귀나무, 압해 애기동백, 안좌 매화, 작은섬 지도·선도 수선화, 증도·병풍도 맨드라미를 심었다. 이를 통해 올 들어 신안 섬 곳곳에서 꽃과 특산물을 주제로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지도·선도 ‘제1회 수선화축제’를 시작으로 임자도 튤립축제, 지도 유채꽃 축제가 열려 각 섬마다 1만여명에서 5만여명의 관광객들이 찾았다. 올 1월에는 반월·박지도에 보라색 꽃을 심고, 지붕을 모두 보라색으로 바꿔 퍼플 섬으로 조성중이다.

‘1도 1뮤지움’ 건립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압해 저녁노을미술관, 증도 갯벌생태전시관, 비금 이세돌 바둑기념관, 흑산 박득순 미술관·철새박물관, 하의 지붕 없는 천사상 야외미술관, 안좌 화석광물박물관, 암태 에로스서각박물관 등이 들어섰다. 임자 조희룡 기념관, 자은 천사섬수석미술관·세계조개박물관 등 폐교나 기존 건물을 활용해 앞으로도 14개를 더 지을 예정이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해 섬 내 공중화장실을 24시간 운영하는 ‘천사화장실’로 지정해 불편을 해소하는 노력도 함께 추진중이다. 민간부문의 기존시설을 이용, 신규화장실 설치 예산을 절감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외에도 합성세제로 인해 오염된 가정용 생활하수가 바다로 유입되고, 토양과 갯벌을 오염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18년 추경예산을 편성해 주민들에게 친환경세제를 무료 배포하는 사업도 실시중이다.

섬의 자원인 바람과 태양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시설을 설치할 경우 주민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주민 소득 증대에도 노력하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그동안 소외나 불편의 상징이었던 섬의 자원과 역량을 극대화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이들 정책의 취지”라며 “섬 주민과 섬을 찾는 관광객 모두가 섬의 진정한 가치를 체감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신안=이상선 기자 ssle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