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인물의 이야기를 여섯 개의 시점으로 그린 ‘공기 도미노’로 독자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던 최영건 작가. 그가 이번에 7편의 단편을 수록한 ‘수초 수조’를 펴냈다.

이번 소설집은 성장 가능성으로서의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창작집으로, 부서지고 몰락하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적인 작품들 가운데 ‘수초 수조’와 ‘물결 벌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수초 수조’는 강박적 진술과 초현실적 설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지나친 완벽함이 오히려 불완전함으로 다가온다. 소설에서는 우울과 고독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현대인의 심해를 상징한다. ‘물결 벌레’는 주체의 상대성에 천착한 소설이다. 타자 없이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상황을 토대로 주체의 상대성을 드러낸다.

이밖에 타자를 향한 비난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쥐’, 나이 든 카페 소유주와 젊은 카페 알바생의 갈등을 그린 ‘감과 비’, 친척 할아버지 집에 얹혀 사는 여대생의 불편을 형상화한 ‘더위 속의 잠’ 등도 인간의 심연에 자리한 고독과 다양한 감정들을 잘 드러낸다.

섬세한 작가의 시선과 이를 풀어내는 문장은 단연 ‘최영건 문체’라 부를 만큼 독특한 아름다움을 발한다.

박민정 소설가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 너머를 걱정하는 무한한 다정함, 적극적인 체념, 긍정적인 공허함, 이런 것들을 달리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나름의 질서와 규칙 속에서, 둥실둥실 저 혼자 살아가는 수초처럼 허약하고도 견고한 소설의 환상. 다름아닌 최영건 소설이다”고 평한다. <민음사·1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