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영토 분쟁이 발생한 지역은 대략 60∼70곳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인도의 국경 분쟁과 인도·파키스탄의 카슈미르를 제외하면 대부분 섬과 관련돼 있다. 영국·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중국·베트남·필리핀의 난사 군도, 중국·일본의 조어도(센카쿠), 러시아·일본의 쿠릴 열도 등이 대표적이다.

섬이 뒤늦게 분쟁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동안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관심이 덜했기 때문이다. 관리·운영하는 데 비용이 더 들고 영토로서의 가치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조선시대에는 섬을 아예 비워두는 공도(空島)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19세기 말 열강들이 한반도를 먹잇감으로 해 쟁투를 벌일 당시 가장 먼저 불법 점거를 당한 것도 섬이었다.

거문도는 러시아의 조선 진출에 대해 견제에 나선 영국에 의해 1885년 3월 1일부터 1887년 2월 5일까지 불법으로 점령당했다. 영국은 이미 1845년 거문도에 대해 조사를 벌였고, 해양 거점인 거문도를 차지해 중국·일본 무역을 보호하고 러시아를 대비해야 한다는 내부 검토를 마쳤다. 영국이 거문도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홍콩과 상해를 잇는 각각 1800km, 600km에 이르는 통신선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거문도의 해양 거점 기능을 한층 향상시킨 것이다.

일본이 패망하자 1951년 전후 처리를 논의했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도 섬이 이슈가 됐다. 일본은 거문도를 할양해 줄 것을, 우리나라는 독도·파랑도는 물론 대마도까지 일본의 권리·자격·영유권 포기를 각각 미국에 바랐다고 한다.

전남은 섬의 보고(寶庫)다. 전국의 유인도 470개 중 276개, 무인도 2869개 중 1889개가 이곳에 있다. 하지만 그동안 섬은 소외·고립·불편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섬 주민의 편의 증진과 교통 불편 해소 등의 소극적인 접근법이 주류를 이뤘다. 8월 8일부터 10일까지 목포 삼학도 일원에서 제1회 섬의 날 주간 행사가 열린다. 8을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가 되는데, 섬이 무한의 가치를 지녔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이처럼 날짜도 특별히 정했다고 한다. 섬을 세계로 향하는 우리의 디딤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