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유노윤호 팬들이 조성한 작은 도서관 ‘HUG’

다양한 드로잉과 목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소촌아트팩토리의 낮 풍경.

모든 미술관이 문을 닫는 밤 9시, ‘밤의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편안한 캠핑 의자에 앉아 건물 벽면으로 쏟아지는 미디어 파사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룡과 물고기들이 등장하는 어린이 대상 작품부터 현대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까지 다양한 음악과 어우러지며 펼쳐지는 미디어 쇼다.

광주 소촌아트팩토리에서 오는 31일까지 진행중인 ‘밤의 미술관’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여름 더위를 피해, 달빛 쏟아지는 야간(오후 8시~밤10시)에 관람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행사가 열리는 소촌아트팩토리는 ‘산업단지 문화재생 사업’에 선정돼 리모델링 과정을 거친 후 지난 2016년 문을 열었다. 1980년대 조성된 소촌농공단지에 자리한 아트팩토리는 민방위대피시설 등으로 사용되던 건물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홍보관 역할을 했던 아시아문화마루(쿤스트 할레 광주)의 폐 컨테이너 27개를 기증받아 독특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밤의 미술관’ 행사는 수영대회를 맞아 특별히 꾸민 프로그램이다. 미디어 파사드 작품은 컨테이터 박스를 자유롭게 활용해 조성한 공간의 특성을 살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푸름엘엔티는 ‘바다스케치’, ‘한라에서 백두까지 통일 마라톤’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상연중이다. 25일까지 열리는 미디어아트 체험 ‘꿈꾸는 대로-상상플러스’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실시간으로 화면에 쏘아주는 기획이다. 또 15일부터 31일까지 ‘아직 당신의 밤은(Still on your night)’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에서는 김명우, 조은솔, 유승용, 최용석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0일과 17일에는 오후 5시부터 ‘드로잉 파티 @소촌’ 프로그램이 열린다. 테라코타 만들기 체험 공공미술 프로젝트 ‘모퉁이에서’, 내맘대로 드로잉 ‘잔디밭 아뜰리에’,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모티브로 한 공감능력 향상 교육댄스 드로잉 ‘100인의 조르바’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돼 있다. 오후 7시30분에는 국악 공연과 어우러진 국악사운드 드로잉 행사도 펼쳐진다.

작품 감상은 공간 곳곳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특히 소촌아트팩토리가 가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목공예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나무 오두막’은 포토 스폿으로도 인기가 높다.

‘켜켜이 쌓인 시간을 저장하고 새로운 활용법을 찾아 공간을 재구성, 새로운 문화영토를 개척하고 있는’소촌아트팩토리에는 의미있는 공간들이 많다. 여러개의 컨테이너를 활용한 큐브미술관은 독특한 구조와 높은 층고가 인상적이다. 또 유리창을 통해 건물 바깥의 푸른 나무와 하늘 등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어 편안함을 준다. 작가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 다양한 전시를 만들어 내기에 좋다.

갤러리에서는 지금까지 18차례의 ‘광산아트플러스’ 시리즈를 통해 한국화·서양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 초대전이 열렸다. 8일까지는 김병균 작가의 ‘관조-木’전이 진행되며 이후 ‘밤의 미술관’ 행사 기간 동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아트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또 다른 공간은 광주 출신인 동방신기 유노윤호 팬들이 조성한 작은 도서관 ‘HUG’다. 도서관 이름은 동방신기의 히트곡 이름에서 따왔다. 지난해 일본 등 해외 팬들이 1000여권의 책을 기증해 문을 연 도서관은 현재 1800권 정도의 책을 구비하고 있다.무엇보다 문화예술 관련 서적을 중점적으로 갖추고 있으며 편안한 빈백과 책상에 앉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팬클럽이 유노윤호의 싱글 1000장을 기증, 아트팩토리를 찾는 이들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본관 건물 지하에 자리한 연습실 ‘아르코공연연습센터@광주’는 쾌적한 환경이 돋보인다. 특히 100평규모 대형 연습실은 지역 예술인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 인기를 모으고 있다. 2층에는 20평 규모의 연습실과 리딩룸, 세미나실 등도 자리한다. 1층의 커뮤니티 카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밤의 미술관’ 행사 기간 중에는 무료로 스틱 커피 등을 제공한다.

소촌아트팩토리는 타 문화공간에 비해 접근성이 좋지 않은 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전진단’을 주제로 한 산단비엔날레, ‘광산 막걸리&사운드 페스타’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했으며 드로잉 파티 등 을 통해 예술인들이 제작한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공간 곳곳에 배치해 포토 스폿을 제공하고 있다. 문의 062-960-3685.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