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 편집부국장·경제부장] ‘가마우지 경제’ 탈피…위기를 기회로
2019년 08월 07일(수) 04:50
일본이 지난 2일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저들의 수출 규제 도발로 시작된 한-일 갈등은 마침내 전면 충돌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두 나라의 충돌은 경제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등 군사·안보 분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산 소재와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물론 경제 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한국 산업이 ‘가마우지 경제’로 일컫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핵심 부품과 설비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이것을 제3국 시장에 수출해 번 돈을, 다시 일본 소재를 사는 데 쓰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이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이익이 일본에 돌아가는 구조다. 이를 통해 일본은 수교 이후 한국과의 무역에서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이 기간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흑자 누적액은 총 6045억 달러(약 725조7022억 원)에 이른다. 이렇게 일본은 자유무역을 통해 우리로부터 막대한 부를 축적해 왔으면서도 징용 배상 등 역사·정치 문제에 대한 무역 보복을 통해 이유 불문 한국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도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로 인해 1200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화학과 전기 및 전자기기 업종을 중심으로 첨단 소재, 기계류, 금속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광주는 전기 및 전자기기 업종(303억 원), 전남은 화학제품 업종(636억 원)이 가장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자유무역을 통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매년 두 배가 넘는 수백 종의 제품을 한국에 수출해서 부를 축적한다. 그렇다면 핵심 수출국인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자충수를 두면서까지 한국을 때리는 이유는 무얼까?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동북아 패권 국가를 노리는 일본은 지난 1965년 이후 한국 산업의 급성장과 동북아의 중심국으로 성장한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한국이 디스플레이·TV 등에서 일본을 앞서고,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등은 세계 최고 기업으로, 현대차와 SK 등도 일본이 무시할 수 없는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업 전체로는 여전히 일본이 한국을 많이 앞서고 있지만 해당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역량을 키우며 대일 의존도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는 한국이 눈엣가시가 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 위안부 합의,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초계기 문제 등 민감한 현안 등에서 일본이 원하는 대로 한국을 쥐락펴락하지 못하면서, 아직은 우위에 있는 경제 전쟁을 도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착각이다. 한국의 위상이 일본이 생각한 자리에 있지 않다. 정부도 일본의 도발에 맞서 절대 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또한 예산·세제·제도·입법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는 종합 대책에 따라 범정부적으로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소재·부품 산업을 키우고 국산화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탈(脫) 일본화에 총력을 쏟을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는 과거에도 국가적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는 경제·사회적 위기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특히 단군 이래 최대 위기로 불렸던 외환위기에서 민초들은 금 모으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를 통해 전국에서 무려 351만 명이 227t의 금을 내놓았다. 당시 시세로 18억2000만 달러어치로 이를 수출해 외화를 확보할 수 있었다. 금 모으기 운동은 외화 획득이라는 실질적 도움뿐만 아니라 의외의 소득도 있었다. 이 운동이 전개되자 전 세계가 감동해 한국을 돕자는 기운이 일어난 것이다. 세계가 한국의 미래를 믿기 시작했으며 각국 정상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국민성에 탄복을 거듭하며 한국 돕기에 나섰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위기 국면에서는 경제 심리가 악화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일본의 경제 침략으로 시작된 이번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는 앞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해야 될지 모른다. 그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될 것은 심리적 ‘불안감’이다. 일본의 도전을 가볍게 여기고 방심해서도 안 되지만 쓸데없는 위기론 조성이나 호들갑도 안 된다. 감정적 반일(反日)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극일(克日)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처럼 이 위기를 반드시 이겨 낼 것이고,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1997년과 2008년 금융 위기를 이겨 냈듯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침착한 우리 정부와 정치권 및 국민의 단합된 대응력이다.

/li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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