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희 조선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불붙는 대학생 일본 상품 불매 운동
2019년 08월 06일(화) 04:50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대학가에서도 한창이다.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SNS에 우리가 불매해야 할 일본 제품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올라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도 학교생활을 돌이켜보니 일본 상품의 존재는 상당히 컸다.

일단 우리가 어릴 때부터 가장 친근하게 접해온 일본 상품이 바로 학용품류다. 특히 하이테크, 제브라, 제트스트림, 시그노 등의 일본 제품은 국산 펜이 따라올 수 없는 필기감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었다. 당연히 국산보다 가격도 비쌌다. 어릴 적 유명한 브랜드의 일본산 펜을 색별로 가진 친구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지금은 펜 정도는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대학생으로 성장해 시험 기간이면 어김없이 그 펜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일본이 과거사와 관련해 수출 규제를 예고한 후부턴 일본산 브랜드 펜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간 국산 펜도 많이 발전해 이를 대체할 필기구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 브랜드의 의류 매장에도 발길을 끊었다. 주머니 사정에 맞으면서 질도 좋은, 일명 ‘가성비’가 높은 유니클로 의류는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였다. 여름철 에어리즘과 겨울철 후리스라는 제품은 대학생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었다. 때문에 이번 불매 운동 초기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최근 유니클로 본사 CFO 오카자키 다케시가 한국 소비자를 폄훼하는 망언을 하면서 불매 운동이 크게 번졌다. 불편을 토로하던 친구들도 더 이상 입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최대 신발 종합 매장으로 자리잡은 ABC마트도 일본 브랜드다. ABC마트의 경우 여러 브랜드의 신발들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 수시로 진행되는 할인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애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ABE마트’(아베마트)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비난받고 있다.

일본의 화장품 또한 여대생들 사이에 뿌리 깊게 스며들어 있다. 시세이도의 뷰러, 케이트와 키스미의 아이메이크업 제품, 슈에무라의 립스틱과 같은 제품들이 대표적이다. 한국 대학생들은 이들 화장품을 ‘인생 화장품’이라고 부르며 평생 쓸 계획이라고들 말했다. 하지만 SNS상에서는 이를 대체할 제품을 찾는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일본 주류도 대학생들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대학생활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주류인데, 그 중에서도 맥주 브랜드의 상당수가 일본 제품이다. 과거에는 국산 맥주 외에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외국 맥주가 일본 맥주였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요근래 편의점 등지에 유럽산 맥주 등 각양각색의 맥주가 우후죽순 늘어나 다른 선택이 다양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파급력 있는 불매 운동은 일본 여행 안가기다. 요즘 대학생이라면 한번쯤 일본 여행을 꿈꾼다. 거리가 가까워 비행기 값이 덜 들고 치안도 좋을뿐더러 일본 상품들을 우리나라에서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와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하는 친구들 중에 이번 수출 규제로 일본 여행 자체를 취소한 사람들이 많다.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불매 운동과 다르게 여행 취소는 위약금 등의 문제로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그럼에도 대학생들은 자신의 돈과 시간을 희생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혹자는 수입이 많지 않은 우리가 일본산 불매 운동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또 다른 이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역사 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결여돼 있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젊고, 또 수입이 많지 않기에 가성비가 좋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공유해 왔으며 이번 어려움에도 어렵지 않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의 바탕에는 요즘 대학생들만의 역사 의식이 담겨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 징용 피해자를 돕는 물품을 손수 구입, 착용해 SNS에 게재하거나 직접 피해자를 돕는 행동에 나서는 대학생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번 불매 운동이 일제 강점기 시절 고통받은 피해자들의 원한을 풀어주고 일본이 책임 있는 사과에 나서는 촉매제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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