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패턴의 변화로 인해 전통시장이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2년부터 약 2조 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몰에 대한 행정·재정 지원은 눈에 띄는 정부 정책 중 하나다. 청년 몰이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청년 창업 지원 사업인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을 기반으로 시작된 청년 상인 육성을 위한 정책이다. 변화가 절실한 전통시장의 공간 활용 및 운영 체계를 개편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개척하기 위한 청년 정책인 것이다.

전통시장이 다시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청년 상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정책의 성공 사례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6년 청년 몰 창업 현황은 22개 전통시장에 209개 점포가 문을 열었으나 24%인 65개가 휴업 또는 폐업을 하였다. 더욱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점포가 청년 몰 지원 기간이 완료된 직후 휴·폐업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17년에는 청년 몰 조성 사업으로 지정된 12개 전통시장 248개 점포 중에서 단지 6개 점포만 개장한 바 있다. 청년 몰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사실 전통시장에서 청년 상인들이 제대로 정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기존 상인들과 비교해 볼 때 경험과 재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판로 개척과 단골 손님 확보에도 한계가 있으며 수익 모델도 부재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경영 관리 능력과 법률적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부분의 청년은 창업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열정만으로 창업을 하기 때문에, 전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만한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청년 몰 조성 사업의 위탁 집행 기관인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지원과 관리 감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례로 청년 몰 조성 사업에서 청년들의 자부담은 10% 정도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청년들의 책임감이 낮아지고 상점 운영에 필요한 끈기와 인내를 쌓는데도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청년 몰의 성공을 위해서는 청년 상인의 역량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정책들이 다양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창업 지원과 교육은 준비 단계에서부터 경영 단계까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현재 소상공인지원센터와 창업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창업 교육은 아이템, 상권 분석, 마케팅 전략 등에 집중돼 있다. 이 같은 지원은 초기 단계에는 유용한 편이지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운영 단계에서는 경험과 인맥이 부족한 청년 상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보조금 중심의 정부 정책이 청년들의 자생력과 책임감을 저하시키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청년 몰에 대한 창업 지원 정책과 지원 체계가 운영 단계에 집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통시장에 적합한 창업 지원 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청년 창업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업자에게 적합한 맞춤형 창업 교육과 행·재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場)이기 때문이다. 수익 창출에 필요한 경영 관리 프로그램인 회계 자문과 경영 컨설팅 등 실질적인 경영 과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법률 자문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정부 지원과 함께, 청년 몰의 운영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청년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이 없는 청년 상인들의 무임 승차를 배제하고, 청년 상인들의 실질적인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들의 감독 기능을 보다 철저히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통시장은 지역과 발전의 궤(軌)를 함께 해왔다. 전통시장의 성공적인 재도약은 새로운 주역인 젊은 상인의 육성에 달려 있다. 청년 상인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정부의 효과적인 지원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