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의성’ 하면 마치 하늘에서 번개가 치듯이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그러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끝없는 경험과 연구, 창조와 혁신의 결과다.

오늘날 물질문명은 창의성의 대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욕구가 발전해 만들어낸 창의성은 무궁무진하다.

다빈치부터 피카소까지, 아인슈타인부터 잡스까지, 달 탐사부터 우주여행까지 ‘창조하는 뇌’의 비밀을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젊은 뇌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데이비드 이글먼과 현대음악 앙상블 ‘뮤지카’를 설립한 앤서니 브란트가 펴낸 ‘창조하는 뇌’가 그것.

특히 이번 책을 바탕으로 제작된 과학 다큐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뇌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인디펜던트’는 “과학 저술의 기준을 제시한 완벽한 본보기”라 평했으며, ‘네이처’는 “창의성의 근원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여정”이라 상찬했다.

인간은 무언가를 원재료 삼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든다. 농업혁명에서 산업혁명까지는 1만10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산업혁명에서 전구발명까지는 단 12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창의적인 혁신은 점점 기간이 단축돼 이후 달 착륙까지는 90년, 월드와이드웹까지는 22년밖에 안 걸렸다. 인간 게놈지도 초안은 이후 9년 만에 완성됐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과거의 성과를 토대로 했기에, 혁신의 기간이 단축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창의와 혁신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아니라 새롭게 ‘가공 된 것’이다.

저자들은 뇌의 특수한 작동 방식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 그러면서 창조적 예술품과 혁신적 발명품의 사례를 분석하며 ‘창조하는 뇌가 보여주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세 가지 전략으로 정리했다.

첫 번째 전략은 ‘휘기’다. 기존에 존재하던 것의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틀어 본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식이다. 안무가 마사 그레이엄의 이색적인 안무,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보여준 곡선 형태 건축물이 그러한 예다. 영화 ‘300’에서 모션을 각기 슬로우와 패스트로 번갈아 뒤튼 것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휘기 전략은 기존 원형의 크기, 형태, 소재, 속도, 시간 등을 바꿔 숨겨진 가능성을 보여준다.

두 번째 전략은 ‘쪼개기’로, 하나의 원형을 해체해 조각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평면을 분해해 입체적 형상으로 완성한 피카소의 작품 등이 이에 속한다. 통신 지역을 셀로 나눠 휴대전화 기반을 만든 것이나 하나의 화면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미세 결정 수백만 개로 이루어진 LCD TV 기술이 해당한다.

새롭게 재건하거나 개조하는 기반은 하나의 개체를 다루기 쉬운 조각으로 해체하는 전략의 산물이다.

마지막 전략은 ‘섞기’다. 유전자 조직을 하나의 개체에 담는 유전공학, 과거 노랫말이나 멜로디를 섞어 만든 힙합 등이 여기에 속한다. 언어 부문에 있어서는 무지개(rainbow), 신문(newspaper)처럼 단어가 융합된 예가 그러한 경우다.

“인간의 생각은 모든 것의 연결을 찾아내며 섞는다”라는 인지과학자 마크 터너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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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