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보이’ 박태환은 중학교 3학년 때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다. 남자 자유형 400m 풀에 섰지만 부정 출발로 발길질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예선 탈락했다. 기막히고 억울했을 것이다. 이 순간을 위해 물속에서 혹은 물 밖에서 흘린 땀방울이 얼마인데. 15세 소년은 감독의 눈을 피해 화장실에서 두 시간 가까이 눈물을 마구 쏟아 냈다.

그리고 2년 뒤. 고등학생이 된 박태환은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마침내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절치부심 노력 끝에 아테네의 눈물을 베이징의 금으로 바꾼 것이다.

‘제2의 박태환’으로 주목받는 선수가 등장했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에 출전한 여수 문수중 3학년 김민섭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체육교사인 아버지 손에 이끌려 수영을 시작한 그는 4학년 때 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일찌감치 소질을 보였다. 실업팀 형들을 모두 물리치고 국가대표에도 선발됐다. 박태환과 같은 15세의 나이로 세계 무대에 데뷔한 그는 접영 200m 예선에서 2분00초95의 기록으로 전체 47명 중 32위를 차지했다. 비록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김민섭은 물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물이 잘 받는 체질이라 한다. 그래서 접영을 ‘인생 종목’으로 택했다. 접영은 물을 잘 이용해야 올바른 자세와 좋은 기록이 나오는 영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170㎝에 못 미치는 신장인데, 작은 키는 경영 종목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다. 뒤집어 보면 그래서 더욱 대단하다. 한참 성장기라서 근력 강화 운동을 하지 못한 탓에 스퍼트에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으니.

박태환 옆에 노민상 코치가 있었다면 김민섭 옆엔 안종택 감독이 있다. 전 국가대표 총감독을 역임한 그는 정다래를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키운 명장이다. 김민섭은 내년 도쿄올림픽과 그 이후에 목표를 맞추고 있다. 쑥쑥 크는 키와 함께 기량도 날로 성장한다면 박태환을 능가하는 선수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유제관 편집1부장·부국장 j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