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조해진의 장편 ‘단순한 진심’이 출간됐다.

소설은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계 극작가 ‘나나’가 뜻밖의 임신 사실을 알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행을 한다는 이야기다. 그의 결정을 건드린 건 한국의 대학생 ‘서영’의 메일이었다. 서영은 나나의 입양 전 이름인 ‘문주’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밝힌다.

한국에 온 나나는 자신의 이름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난 타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에도 몰두한다. 만나는 이들의 이름을 물으며, 거쳐 간 서울 곳곳의 지명도 물으며 그 의미를 묻는다. 먼 시공간을 지나 우연히 마주친 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알기 위해 애쓴다.

특히 나나는 자신이 머물게 된 1층의 ‘복희 식당’ 주인 할머니로부터 “아기 가졌을 땐 무거운 거 드는 거 아니야”라는 환대와 보호의 말을 듣고 생면부지였던 노인의 삶을 생각한다. 타인이 일러준 말 한마디에 자신이 지니고 있던 뿌리 깊은 오해와 증오를 차츰 해소하기도 한다.

타인들은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든다. 지금까지 조해진 작가의 소설에는 줄곧 자신을 향한 탐색과 타자를 향한 응시의 시선이 공존해왔다. 혼자만의 절망으로 빠지지 않고 타인의 삶 쪽으로 손을 뻗는 마음은 그의 소설의 힘이자, 그가 믿는 인간성일 것이다.

김현 시인은 추천의 말에서 “진심이라는 말처럼 매우 흔하나 그 실체를 알 리 없는 말도 없다. 조해진은 진심이라는 관념의 공간을 느리게 거닐면서 그 지명에 담긴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힌다”고 평한다. <민음사·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