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채 작‘봄날은 간다’

홍희란 작 ‘강한 인내심’

갤러리가 영화관으로 변신했다. 낯익은 극장 풍경과 마음 속에 남았던 영화들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광주극장을 찾았던 이들이라면 낯익은 공간들이 작가들의 드로잉과 사진으로 되살아났다. 추억이 담긴 영화의 장면 장면을 담은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늘상 다니던 곳인데, 갤러리에서 작가들의 작품 속에 스며든 모습으로 만나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광주 롯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시네마 ‘광주 ’-into the memory’전(31일까지)은 많은 이들에게 추억의 공간인 극장과 영화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흥미로운 전시다.

유은학원 설립자 유은 최선진 선생이 1933년 설립한 광주극장은 현재 전국 유일의 단관 극장으로 올해 개관 84주년을 맞았다. 갤러리 측은 ‘광주극장’을 소재로 지역 청년 작가들에게 작품을 의뢰, 전시를 꾸렸다.

9명의 참여작가는 광주극장을 찾아 자신만의 시각으로 극장과 영화 이야기를 담았다. “광주극장을 찾았을 때 시간을 거꾸로 달려 과거의 어느 지점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어 먼지 하나까지도 모두 카메라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세현 사진작가는 영사기와 낡은 객석, 매표소, 임검석 등을 앵글에 담았다.

“극장에 관한 드로잉을 하며 낡은 서랍 속에서 나의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 같았다”는 임현채 작가는 연필 드로잉으로 광주극장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각 영화의 특징을 담은 ‘봄날은 간다’, ‘복수는 나의 것’, ‘미술관 옆 동물원’, ‘8월의 크리스마스’ 등 드로잉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나의 오래된 영화 이야기도 함께 떠오른다.

“2층 첫 줄 가운데 자리를 나만의 지정석으로 남기고 싶다”는 홍희란 작가는 무채색 연필 드로잉으로 공간을 그리고, 색색의 맑은 수채화 물감으로 꽃과 식물을 함께 배치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작품마다 화자처럼 등장하는 토끼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강선호 작가는 ‘원스’,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 ‘인사이드 르윈’ 등의 작품 속 주인공을 그린 작품을 선보이며 노여운 작가는 낡은 객석 의자 등을 그렸다.

미디어 아티스트 신도원은 퍼포먼스 아티스트 펑크파마와 정강임의 극장 퍼포먼스를 편집한 영상물을 보여준다. 일본인 가수가 부른 ‘아리랑’을 배경으로 양림동을 찍은 영상이 함께 흐른다. 그밖에 광주극장의 포스터와 굿즈 작업 등을 진행한 윤연우 작가의 드로잉과 인춘교 작가의 사진, 박성완 작가의 유화 드로잉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특별 섹션으로 만나는 광주극장의 마지막 간판 화가 박태규 작가 작품도 흥미롭다.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 ‘로보트 태권 V’, 시네마 천국’,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간판들이다. 또 1950년대 간판실 풍경, 1940년대 극장 전경 등 광주극장의 오래된 역사를 알 수 있는 낡은 흑백사진들도 눈길을 끈다.

전시 기간중에는 에코백, 텀블러, 파우치, 편지지, 뱃지 등 광주극장 굿즈를 판매하며 영화 속 주인공 색칠하기 등 이벤트도 진행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롯데백화점 전국 롯데갤러리 10개 점에서 진행되는 아트프로젝트 ‘LAAP’( LOTTE ANNUAL ART PROJECT) 중 하나로 마련됐다. 올해는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아 키워드를 ‘영화’로 정하고 공동 주제 ‘Behind the Scenes’에 따라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다. 문의 062-221-1810.

/김미은 기자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