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인간의 기나긴 여정 동안 인간과 세계를 연결해준 것이 바로 나무다. 그래서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곳은 나무의 서식지이자 점령지인 한 행성이다. 우리는 나무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의 신체뿐만 아니라 몇몇 사유 방식이 그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나무로부터 얻은 목재의 속껍질로 책을 만든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앞으로도 나무에서 유래될 듯 하다.”(본문 중에서)



철학자 로베르 뒤마는 “우리가 나무를 떠난 적은 없다”고 했다. 인간은 태고부터 나무와 함께 생존해왔으며, 그러한 관점에서 나무는 ‘인간과 세계를 연결해주는’ 존재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과 나무는 다르지 않지. 빛을 향해 높을 곳으로 오를수록 더 깊은 곳, 어둠 속, 심연 속, 불 속, 즉 깊은 땅속에 뿌리를 박는다.” 니체의 말은 인간은 항상 나무와 접목된 상태로 생을 영위해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 나무에 관한 한 권의 책이 있다. 한 식물학자의 나무와 인간에 대한 사려 깊은 탐구를 기록한 책으로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식물학자인 자크 타상의 ‘나무처럼 생각하기’가 바로 그것.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책은 세상을 움켜쥐고 하늘로 뻗어가는 나무에게서 우리가 배우는 것들을 펼쳐낸다.

작가는 인간의 몸과 마음에는 나무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6500만 년 동안 다양한 크기와 질감의 나뭇가지에서 영향을 받으며 우리 육체에 고유한 형태가 남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척추는 유연하여 허리, 등, 목을 구부릴 수 있다. 사지는 곧게 뻗어 있으며 뼈 사이에는 튼튼한 관절이 있다…. 손가락뼈는 관절로 이어져 있고 손에는 촉각이 고도로 발달해 있다. 근육이 붙어 있는 육체의 모든 골격은 나무가 생물에 남긴,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다.”

사실 나무는 우리의 정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기독교 신전 내부 기둥은 나무의 긴 몸통을 연상하게 하고, 둥근 천장은 숲이 우거진 모습 같다고 본다. 그뿐인가. 프랑스에서는 혁명의 상징으로 나무를 활용해왔는데 당시 민중들은 큰 포플러를 새 공화국 상징으로 여겼다.

그러나 나무를 떠난 후 인간은 나무의 흔적과 소중함을 잃었다. 나무 주변에서 살며 나뭇가지에 올라 열매를 구하던 생태와는 거리가 먼 생활방식에 젖어버렸다. 나무는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데 비해, 인간은 ‘더 빨리 더 많이’를 추구한다.

나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아니 존재하는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식물의 세계에서는 결핍이 오히려 다양성을 만든다. “영양분의 부족과 종의 풍부함이 양립될 수 있다”는 것은 “토양의 척박함은 식물의 증식에 안정을 주고 구성물 각각이 조화롭게 공생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나무는 서두르지 않으며, 환경과 분리되지 않고 융화하는 현자의 모습 자체다. 또한 바람의 방향에 맞춰 성장하고 주변의 환경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나무의 뿌리는 다른 종의 개체에서 나온 뿌리와 소통하는데 “지하의 키메라 같은 균근(菌根)을 만들기 위해 균사의 실뿌리와 서로 연결된 잔뿌리에서 이러한 소통의 표시”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나무를 다시 곁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까. 고집스러운 거대한 영장류가 ‘나무 행성’에서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무는 지속 가능한 유기 재료이며 지구온난화를 예방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 나무에 더 많은 자리를 내주고 나무에게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

“나무와 서로 적응하고 새롭게 연합함으로써 나무와 연결된 운명을 재발견할 때 우리의 안녕은 고양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관념, 상상 때로는 혼이 담기지 않은 과학의 길을 더 이상 선택하지 않는 감성적 유대를 따라야 한다.” <더숲·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문학박사·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