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여름철이면 어머니는 시장에서 개고기를 사다가 구탕(狗湯)을 끓여 주셨다. 초등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여름철 몸에 좋다며 구탕을 권하시는 어머니 성화를 이길 수는 없었다. 무슨 음식이냐고 여쭈면 아버지는 그저 구탕이라고 하셨다. 그때는 구탕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오리탕과 맛이 비슷해 별다른 거부감 없이 한 그릇을 비워내곤 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구탕이 보신탕인 사실을 알고는 되도록 먹지 않으려 애썼다. 아들이 꺼리는 것을 안 어머니는 그때부터 오리탕을 끓여 주셨다.

개고기 요리인 보신탕은 왜 견(犬)탕이 아니라 구(狗)탕이라 할까? 같은 개라도 ‘견’과 ‘구’의 쓰임새가 다른 탓이다. 견(犬) 자는 큰 개의 모양을 본 뜬 상형문자로, 먹지 않는 기르는 개를 의미한다. 충견이나 맹견 등의 단어에서 이를 알 수 있다. 구(狗)는 짐승을 뜻하는 개사슴록 변에 소리로 구별하는 구(句)가 붙은 문자로, 시골에서 부르는 백구·황구처럼 주로 식용 개에 붙는다. 보신탕이 구탕(狗湯)인 이유이다.

‘구’가 식용의 의미로 쓰인 단어는 아주 흔하다. 교활한 토끼를 잡고 나면 충실했던 사냥개가 쓸모없게 돼 잡아먹는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토사구팽(兎死狗烹), 양 머리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 등 식용에는 어김없이 ‘견’ 대신 ‘구’가 붙는다. 또한 주인을 향해 짖는 배은망덕한 개인 새구폐주(塞狗吠主), 여기저기 참견할 데 가리지 않고 끼다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는 구반상실(狗飯橡實) 등 부정적인 의미로 쓸 때도 ‘구’가 붙는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통해 국제사회로 진출하면서 보신탕 문화가 큰 저항에 부딪혔다. 여기에 애완동물 1000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보신탕집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곧 초복이다. 복날만 되면 개고기가 음식문화의 하나인가 아니면 그저 야만인가를 놓고 찬반 논쟁이 벌어진다. 법적으론 개고기 유통이 불법이지만 국민이 즐기는 음식이라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이제는 애완견과 식용 개를 확실히 구별하거나, 개고기의 식용 여부를 명백히 법제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채희종 사회부장 c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