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에게 부유세(wealth tax)를 부과하라고 미국 대선 주자들에게 최근 공식 제안했다. 투자의 신으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스 등 미국 전체 1%의 부자 중에서도 상위 10분의 1에 해당하는 11개 가문의 19명이 이 제안을 담은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부유세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고 △미국의 경제적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미국인을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부유세가 △공정한 제도이며 △미국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애국적이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삶이 진행되면서 어떤 이유에선가 다른 사람보다 많은 부와 명예, 특별한 혜택을 누리게 된 이들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적의’ 그리고 이로 인한 ‘파멸의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 억만장자들이 제안한 부유세는, ‘사회적 나눔과 기여’를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 보이는 시도’로 깎아내리기엔 그 명분과 진정성이 가볍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들은 서한 말미에 “우리들의 이익을 매우 좁게 정의한다면, 부유세를 지지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 하지만 부유세는 미국인으로서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구성원으로서 전체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할 일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부유세는 많은 재산을 가진 특정 상위 계층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빈부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제기돼 왔다. 하지만 재산의 해외 도피와 기업 투자 의욕 상실, 이중과세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슈퍼리치들이 서명한 이 서한이 황금탑을 한 치라도 더 높게 쌓아 올리기 위해 편법과 탈법·불법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 사회 일부 기득권층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