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움직이는 회오리바람 같다.” 1876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기차 여행을 한 김기수의 승차 소감이다. 강화도조약이 체결된 뒤 수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뒤, 발전된 일본의 문물을 시찰하고 기록한 ‘일동기유’(日東記遊)에서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차마다 모두 바퀴가 있어 앞차의 화륜이 한 번 구르면 여러 차의 바퀴가 모두 따라서 구르는데 천둥 번개처럼 달리고 비바람처럼 날뛰어, 한 시간에 3~4백 리를 달려도 차체는 요동하지 않는다. 다만 산천초목 가옥 인물이 보이기는 하나 앞뒤에서 번쩍번쩍하므로 도저히 걷잡을 수 없다.”

철도 덕분에 대규모 제조업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른 산업혁명이 전 세계에 걸쳐 거의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토대가 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철도가 개통된 지도 120년이 넘었다. 철도는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삶의 터전을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하던 사람들이 단 하루 만에 전국을 나다닐 수 있게 했다. 휴가를 즐기는 것부터 도시의 팽창 그리고 우편 주문에 이르는 온갖 것들이 철도가 등장하면서 가능해졌다.

오늘은 새롭게 바뀐 ‘철도의 날’이다. 지금까지는 9월18일이었는데 일제가 한반도 침탈을 목적으로 건설한 경인선 개통일을 기념해 1937년 지정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일제 잔재 청산과 민족 자주성 회복을 위해 철도의 날을 대한제국 철도국 창설일에 맞춰 6월28일로 바꿨다. 특히 올해 철도의 날은 의미가 깊다. 우리도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으로 가입했고 코레일 역시 유라시아 대륙 철도 진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오늘 철도의 날 행사는 ‘새로운 출발, 새로운 역사, 한반도를 넘어 대륙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다고 한다. 때마침 북미 3차 정상회담 추진과 함께 북한과 미국이 70년 적대 관계를 청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로써 남북 철길이 열리는 날도 멀지 않았다. 목포역과 광주송정역이 ‘국제역’으로 바뀌고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와 유럽까지 가는 철도 여행을 꿈꾸어 본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