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판단·업무 태만…행정 실패가 부른 막대한 혈세 낭비
2019년 06월 25일(화) 04:50 가가
광주 남구청사 리모델링 사업 368억 물어줄 판
캠코와 체결한 위탁 임대 개발 계약서 자의적 해석
담당자 상환 책임 알고도 상급자에 제대로 보고 안해
아웃렛 등 공실률 70% 달해 예상 수익 크게 못미쳐
최영호 전 구청장 감사원 결과 반발 법적 대응 검토
캠코와 체결한 위탁 임대 개발 계약서 자의적 해석
담당자 상환 책임 알고도 상급자에 제대로 보고 안해
아웃렛 등 공실률 70% 달해 예상 수익 크게 못미쳐
최영호 전 구청장 감사원 결과 반발 법적 대응 검토
광주시 남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2011년 1월 체결한 ‘공유재산 관리 및 개발 위탁 계약’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며 368억원에 달하는 청사 리모델링 비용의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24일 감사원이 남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발표하며 결국 남구의 부당한 업무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계약서에 포함된 ‘남구 종합청사 리모델링 위탁개발사업 변경 개발사업계획서’에는 ‘위탁기간(22년) 내에 개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남구와 공사(캠코)가 협의해 5년 이내로 기간을 연장하거나 또는 개발 원리금 상환 후 사업종료’를 하도록 적시돼 있다.
특히 ‘개발사업에 따른 위험부담의 주체는 수익귀속의 주체인 남구’라는 조항이 붙어 있다. 이는 남구청사 임대를 통해 리모델링 비용 301억원 규모의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남구청이 책임을 지고 캠코측에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 당시 남구 회계과 소속 실무 담당자는 상환 책임이 남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상급자들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상급자인 당시 청사건립추진단장과 부구청장 등은 청사(지하 6층~지상 9층 규모) 지하 1층~지상 4층의 임대권을 캠코측에 양도하면 청사 리모델링 비용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남구 간부들은 실무 담당자의 말만 믿고 캠코가 리모델링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위탁기간을 5년만 연장하면 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애초 남구와 캠코는 청사 임대율이 70~8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매년 20억원(원금+이자)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22년 내에 청사 리모델링 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분석과 달리 지하 1층~지상 4층에 들어선 ‘메가 아웃렛’(광주메가몰)과 ‘가구백화점’이 부진을 면치못하면서 공실률이 급증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공실률은 70%까지 치솟았다. 당연히 캠코의 임대수익도 사라졌다. 적자를 면치 못한 메가 아웃렛측이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회수하기 위해 청사 1~2층에 ‘땡처리 업체’까지 끌어들이면서, 소음은 물론 남구청사의 이미지를 실추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투자금 환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캠코는 지난해 6월 남구에 리모델링 비용 등 투자손실액의 상환을 검토해 달라는 공문까지 보냈다. 이에 남구는 캠코측이 투자 손실액을 감당해야 한다며 스스로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하게 된다.
반면 캠코는 공실률 증가에 따른 임대수익 저하 책임은 남구에 있다고 반박했다. 계약서에는 ‘위험부담의 주체가 남구’라고 나와 있기 때문에 위탁기간(22년)에 투자금을 회수 못하면 남구가 리모델링 비용을 전액 상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도 캠코측의 주장이 맞다고 봤다. 남구의 위험부담 범위에 임대료 하락, 공실률 증가 등에 따른 예상수익 미달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감사원은 특히 당시 남구청장은 캠코측으로부터 위탁개발 사업 구조 및 위탁개발비 상환책임 등에 대해 보고를 받았으며, 위탁개발비 상환책임이 남구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봤다. 하지만, 당시 남구청장은 간부회의를 통해 남구가 위탁개발비에 대해 상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계약 당시 남구청장이었던 최영호 전 남구청장은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최 전 구청장은 이날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캠코와 계약을 하기 전 당시 남구의회 의원들, 지역사회 대표들과 상의해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경우라면 사업 추진을 하지 말자는 의견을 모았다”며 “이 의견에 따라 캠코가 위탁기간 내에 리모델링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 5년 더 위탁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원의 결과는 캠코의 입장만을 반영했으며, 계약서가 아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기준으로 삼은 점이 문제”라며 “감사원 이의 신청을 포함한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구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및 변호사 자문 등 법리 검토를 거쳐 향후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
특히 ‘개발사업에 따른 위험부담의 주체는 수익귀속의 주체인 남구’라는 조항이 붙어 있다. 이는 남구청사 임대를 통해 리모델링 비용 301억원 규모의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남구청이 책임을 지고 캠코측에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 당시 남구 회계과 소속 실무 담당자는 상환 책임이 남구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상급자들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상급자인 당시 청사건립추진단장과 부구청장 등은 청사(지하 6층~지상 9층 규모) 지하 1층~지상 4층의 임대권을 캠코측에 양도하면 청사 리모델링 비용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남구 간부들은 실무 담당자의 말만 믿고 캠코가 리모델링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위탁기간을 5년만 연장하면 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감사원도 캠코측의 주장이 맞다고 봤다. 남구의 위험부담 범위에 임대료 하락, 공실률 증가 등에 따른 예상수익 미달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감사원은 특히 당시 남구청장은 캠코측으로부터 위탁개발 사업 구조 및 위탁개발비 상환책임 등에 대해 보고를 받았으며, 위탁개발비 상환책임이 남구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봤다. 하지만, 당시 남구청장은 간부회의를 통해 남구가 위탁개발비에 대해 상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계약 당시 남구청장이었던 최영호 전 남구청장은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최 전 구청장은 이날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캠코와 계약을 하기 전 당시 남구의회 의원들, 지역사회 대표들과 상의해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경우라면 사업 추진을 하지 말자는 의견을 모았다”며 “이 의견에 따라 캠코가 위탁기간 내에 리모델링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 5년 더 위탁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원의 결과는 캠코의 입장만을 반영했으며, 계약서가 아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기준으로 삼은 점이 문제”라며 “감사원 이의 신청을 포함한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구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및 변호사 자문 등 법리 검토를 거쳐 향후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