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펑 작 ‘춘산독서도 5’

요즘 광주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들이 꼭 거쳐 간 곳이 있다. ‘북경창작센터’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6개월, 길게는 1년간 머물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담금질했다. 북경창작센터는 초창기 중국 문화예술핵심 지역인 북경 789 문화예술구와 인접한 곳에 문을 열었고 2017년부터는 예술가들의 스튜디오와 갤러리가 밀집한 송좡지역으로 장소를 옮겼다.

북경창작센터는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전승보)이 지난 2009년 말 지역 작가의 창작활동 지원과 세계 미술 무대 진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전국 공립미술관 가운데 첫 사례로 지난해까지 지역 작가 42명과 기획자 2명이 입주해 활동했으며 현재 4명의 지역작가가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센터를 거쳐간 작가 중 박소빈, 윤일권 작가는 지금 중국에 작업실을 두고 활동중이며 임용현 작가도 양국을 오가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중국작가들도 함께 입주했다. 지역 작가들이 중국과 실질적이고 깊이있는 교류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센터의 안착을 돕기 위한 의도였다. 결과적으로 양국 작가가 함께 한 공간에 어우러지면서 교류가 확대되고, 센터 역시 현지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는 등 ‘한중 미술 교류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북경에 머물렀던 지역작가들은 해마다 ‘북경질주’라는 타이틀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성과물을 공개해왔다.

이번에는 북경창작센터 개관 10주년 특별전으로 중국 입주작가들을 초청해 기획전 ‘북경서신’전을 연다. 오는 10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북경창작센터에 단기로 입주했던 중국작가 21명이 참여해 회화, 설치, 미디어,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작가는 우이치앙, 조우치, 리강, 왕궈펑, 리티엔위엔, 후친우, 저우홍빈 등으로 ‘중국 현대미술의 오늘’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광주를 방문, 지역 작가들과 교류하고 문화현장을 둘러본다. 장쉬에루이 작가를 제외한 20명의 작가들은 18일~21일까지 광주에 머물며 전시 개막식 참석, ACC투어, 담빛예술창고, 해동주조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함께 북경창작센터에 머물며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과도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참여 작가 대부분은 어린 시절 중국 문화대혁명(1966~1976년)을 경험하고 개혁개방의 변혁기에 자란 1960, 70년대생이다. 이들은 변혁기 중국 사회의 단면, 인간 본연의 정신적 사고에 대한 고찰, 전통의 현대화에 대한 고민, 인간 존재 및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 등 폭넓은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1980년대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기에 출생한 작가들은 사회, 정치적 거대 담론보다는 개인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미시적 관점에서 출발하여 새롭게 세계를 바라보려는 경향성을 보여준다.

대형 북한 사진으로 유명한 왕구펑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대작 ‘이것은 현재도 아니고, 과거도 아니며, 더욱 미래도 아니다’를 선보이며 뤼펑 작가는 채색 담채로 다양한 독서 풍경을 중국적 느낌으로 담은 ‘춘산독서도’를 전시한다. 또 쓰마오 작가의 ‘생각하는 사람’은 종이 느낌을 유화로 표현해내 독특한 느낌을 전한다. 전시 개막행사는 19일 오후 4시 미술관 본관 제5전시실에서 열린다. 문의 062-613-7131.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