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총이 발굴되면서 마을은 지상에서 지워졌고, 나는 대구로 서울로 부산으로 떠돌게 되었지만, 이따금 내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소년은 그곳의 사람들과 흙냄새, 오래된 한옥들과 마당의 연꽃무늬 돌들, 무덤 위로 떠오르는 달빛과 짐승 울음소리, 새벽의 흰 물그릇…… 그 어둑하고 신비한 삶의 풍경을 더듬더듬 불러내곤 한다.”

광주일보와 계간 시산맥이 운영하는 ‘윤동주서시문학상’ 수상자인 전동균 시인이 신작시집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창비)를 펴냈다.

5년 만의 신작 시집에는 실존에 대한 탐색, 인간 존재에 대한 의미를 천착하는 50여 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문학평론가인 최해식 인하대교수의 평처럼 “있음과 없음, 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 소통과 불화 등 이항대립의 실존적 사건이 뒤죽박죽 얽힌” 작품들이 다수 담겨 있다.

이처럼 존재에 대한 성찰과 종교적 감성은 시인의 시적 지향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시인의 눈길은 종교의 울타리를 초월하는 ‘지금-여기’의 현실을 직시한다. 슬픔과 아픔의 삶일지언정 “이 세상에 사람으로 와 기쁘다고”(‘떨어지는 해가 공중에서 잠시 멈출 때’) 노래한다.

시인은 현실과 현상 너머의 것을 바라보는 존재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이상적 존재이다. 시인은 “곁에 있어도 안 보이는 것들”(‘잊으면서 잊혀지면서’), 주목받지 못하거나 드러나지 않는 이들의 그림자를 늘 응시한다. 그 과정에서 “슬픔을 빛으로/ 신음을 향기로 내뿜는”(‘춘수’) 노래가 되기를 희원한다.

김민정 시인은 추천사에서 “내가 바닥이다 싶었는데 그 바닥에 박힌 돌 같은 시를 만났으니 요리 엉키고 조리 엉켰거늘 더불어 이 부러움을 어쩔까”라고 평한다.

한편 전동균 시인은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거룩한 허기’, ‘우리처럼 낯선’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