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에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관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동네 카페 뿐만 아니라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초저가 경쟁’에 들어가면서 ‘제 살 깎아 먹기 식’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통계포털 서비스업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지역 커피전문점은 총 3630곳(광주 1967곳·전남 1663곳)에 이른다. 이는 전년(3152곳)보다 15.2% 증가한 수치다. 1년 새 광주·전남 지역에 커피전문점 478곳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경쟁업체는 많아지는데 이들 커피전문점의 매출 사정은 더 나빠졌다. 광주·전남 업체의 경영실태를 보니 2016년 1억1900만원이었던 평균 연 매출액은 이듬해 1억820만원으로 9.1%(1080만원) 뚝 떨어졌다. 종사자수는 8969명에서 9886명으로 1000명 가까이 늘었고 이들의 1인당 평균 인건비도 609만→659만원으로 8.2% 올랐다.

경영사정은 팍팍해져만 가는데 커피전문점은 동네 상권까지 들어와 손해를 무릅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엔제리너스 광주하남점(광산구 우산동)은 최근 4800원이던 아메리카노 한 잔을 2000원에 팔기 시작했다. 이곳 주변에는 스타벅스, 메가커피, 카페그란데 등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몰려있다. 금융기관과 공기업이 밀집된 상무지구의 중소 프랜차이즈 지점들은 점심시간에만 한시적으로 3000~4000원 대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팔고 있다.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커피전문점들은 ‘초저가’를 내세운 상품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마케팅으로 활로를 찾으려는 업계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커피 업계에서는 테이크아웃(take out)용 저렴한 커피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가 늘어나고 있다. 광주시 동구 충장로3가 학원가에는 지난해 아메리카노를 한잔에 800원에 파는 테이크아웃 전용 카페가 들어섰다. 또 1ℓ에 달하는 ‘대용량 아메리카노’를 한잔 1800원에 판매하는 커피 프랜차이즈도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잇따라 생기며 초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이른바 충장로 ‘콜박스 사거리’에서 음료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30)는 올해 초부터 아르바이트 직원을 채용하는 대신 홀로 일하고 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인 이곳 맞은편에는 커피를 900원에 파는 상점이 지난달 들어섰다. 그는 “건물 임차료 300만원, 전기요금·수도요금 50만원 등을 합하면 한 달 지출은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1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팔아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공급하는 원두만 써야 해서 수익이 500원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