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한빛원전 직원들이 지난달 10일 발생한 ‘한빛 1호 원자로 수동정지 사고’ 당시 원자로의 시동이 꺼진 것으로 착각해 ‘반응도’ 계산을 잘못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공개됐다. 이 때문에 한빛 1호 원자로는 열 출력이 제한치(5%)를 초과해 18%까지 상승한 채 12시간 동안 가동됐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11일 공개한 ‘한빛 1호기 원자로 수동정지 원인 및 재발방지대책 보고’에 따르면 당시 근무조는 제어봉 인출 전 반응도 계산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자로 상태를 임계(정상출력에 도달하기 위해 핵연료의 핵분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것) 상태가 아닌 것으로 착각했다. 원전이 임계 상태가 아닌 경우는 가동되지 않을 때다.

제어봉을 인출할 때는 원자로 반응을 사전에 계산해야 하는데 이 계산은 난도가 높지 않은 작업이어서 당시의 계산 실수는 상식 밖이라는 의문이 제기돼 왔었다. 문건에는 당시 근무조가 상황 자체를 잘못 인지했다고 적시돼 있다.

해당 문건에서는 설비 이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원자로 열출력을 제한하는 제어봉이 장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재발방지대책에서 제어봉 구동장치 52개를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한수원 스스로도 한빛 1호기 제어봉 결함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문건은 한수원 발전처가 지난달 15일 작성한 보고서로 자체조사를 통해 파악한 사건경위, 원인분석, 재발방지대책 등이 정리돼 있다.

이철희 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특별조사가 시작(지난달 20일)되기 전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봤을 때 한수원 자체적으로 사건의 심각성과 기강 해이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자로 운영 시스템과 설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