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출신 3총사가 선배들의 멕시코 4강 신화를 재현한 주역이었다.”

광주·전남 출신 김정민(리퍼링), 엄원상(광주FC), 황태현(안산그리너스FC) 선수가 36년 전 대한민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재현한 주역이 됐다. 이들은 신연호·김판근·노인우 등 과거 ‘호남 3총사’를 꼭 빼닮은 플레이로 U-20 월드컵 4강을 이끌었다.‘김·엄·황’이 이끄는 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피파(FIFA) 주관 대회 우승도 꿈꾸게 됐다. <관련 기사 2, 3면>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9일 새벽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를 벌여 ‘우승 후보’ 세네갈과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2로 이겼다.

1-2로 끌려가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8분 이강인(발렌시아)의 코너킥에 이은 이지솔(대전)의 헤더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간 뒤 연장 전반 6분 이강인의 스루패스를 받은 조영욱(서울FC)의 득점으로 3-2로 앞섰다. 비록 연장 후반 추가시간 아마두 시스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승부차기에서도 1, 2번째 키커가 실축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의 역전승을 완성했다.

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를 나온 황태현은 대표팀 주장으로 전 경기 선발 출전하며 대표팀의 오른쪽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체력을 앞세운 황태현은 그라운드에서 종횡무진, 세네갈의 공세를 차단했다. 황태현의 아버지 황수환씨는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세네갈전이 끝나고 태현이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한·일전, 세네갈전에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경기 끝나고 구토할 정도였다’고 했다”며 “태현이가 ‘이제 결과보다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즐기는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광주 경양초·광덕중·금호고를 졸업한 대표팀 ‘맏형’ 엄원상은 주로 후반 조커로 출전해 상대편 측면을 공략하며 후반에 승부를 보는 정정용 감독의 교체카드 1순위였다. 한국이 2차례 실축한 승부차기에서 첫 골을 넣어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그는 일본전 후반에 투입돼 특유의 빠른 발로 상대 측면을 휘저었다. ‘제2의 기성용’으로 불리는 광주 금호고 출신 김정민도 중원에서 활약하며 4강행에 일조했다. 그는 포지션의 특성상 튀지 않는 플레이로 공수를 조율하는 등 중원을 탄탄하고 두텁게 다졌다.

광주·전남 축구팬들은 이들의 활약을 보면서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 신화의 주역들을 떠올렸다. 광주·전남 출신 김판근, 신연호, 노인우 선수가 그들이다. 신연호 단국대 감독은 같은해 6월 11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제4회 대회 때 우루과이와 8강 1-1로 맞선 연장 전반 14분 김종부(경남FC 감독)의 크로스를 결승골로 연결, 4강 진출 기적을 만들었다. 노인우 선수는 홈팀 멕시코전에서 1-0으로 뒤진 상황에서 극적인 만회골을 넣었고 우루과이와 8강전에서 신연호와 선취골을 합작했다. 김판근 선수는 수비수로 뛰면서 상태팀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신연호 단국대 감독은 “후배들이 결승까지 올라 36년 전 기록을 깨줬으면 좋겠다”면서 “상대팀(에콰도르)의 스피드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고, 이강인의 발끝에서 나온 공을 광주 FC 엄원상, 오세훈과 조영욱 또는 전세진, 등이 잘 마무리해준다면 결승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는 12일 새벽 3시 30분 16강에서 일본을 꺾은 폴란드 루블린에서 에콰도르와 결승행을 다툰다. 호남 3총사가 선배들의 4강신화를 넘어 또다른 신화의 주역이 될지 주목된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