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촌 명기

안중근 유필

안중근 유필

신북 유엽형 찌르개

장흥(長興)이라는 지명에는 길게 흥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장흥에는 천관산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보림사와 같은 유서깊은 문화가 자리한다. 근래에는 표고버섯·한우·키조개로 이루어진 ‘장흥삼합’으로 많이 알려졌으며 천연 김과 매생이로도 유명하다. 그뿐 아니라 후기구석기시대 대표 유적인 신북유적, 방촌리 고인돌 유적 등 고유한 지역문화를 꽃피웠던 고장이다.

장흥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국립나주박물관(관장 은화수)과 장흥군(군수 정종순)은 9월 1일까지 특별전 ‘길이 길이 흥할 땅, 장흥長興’을 개최한다. 장흥의 역사문화유산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는 ‘월인석보’ 권25(보물 제745-9호)를 비롯 장흥의 대표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250여 점의 문화재가 출품됐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장흥의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 공예태후(恭睿太后) 정안 임씨의 남편 인종(재위 1122~1146)과 아들 명종(재위 1170~1197)의 능에서 나온 문화재다. 또한 장흥 용산면 모산리 고분에서 출토된 ‘청자 상감투각 귀갑문 화장상자’ 일체가 한 자리에 전시돼 번성했던 고려시대 장흥을 살필 수 있다.

나주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장흥 지역에 대한 세심한 조사를 시행하고 이를 반영했다. 전시는 크게 4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바다를 통해 성장하다’라는 주제로 장흥의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역사를 소개한다. 후기구석기시대의 대표적인 유적인 신북유적, 방촌리 고인돌 유적 외에 마한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장흥의 지역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대포황천’(大布黃千)은 기원 전후부터 중국과 한반도 간의 교류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2부의 주제는 ‘찬란한 불교문화와 장흥의 탄생’이다.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의 역사를 소개하며 특히 보림사, 천관사 등 이름난 사찰과 관련된 불교문화재가 전시된다. 또한 공예태후의 남편 인종과 아들 명종의 무덤에서 나온 문화재, 고려시대 장흥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발굴품이 주를 이룬다. 특히 장흥 모산리 고분 출토품은 고려시대 장흥의 번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재다.

조선시대 장흥의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된다. ‘사림의 고장, 장흥’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3부에서는 조선시대 장흥의 문화를 소개한다. ‘문림의향’(文林義鄕)이라는 말처럼 장흥은 많은 문인과 지사들을 배출했는데, 이와 관련된 문화재가 함께 소개된다. 또한 동학농민혁명 마지막 격전지였던 장흥 석대들전투도 조명함으로써 조선의 장흥의 문화와 역사를 일별할 수 있게 했다.

4부에서는 ‘문예의 전통을 잇다’라는 주제로 근현대 장흥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한다. 뛰어난 문인들이 많이 나온 점을 근거로 한국현대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문인들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를 모신 사당이 있는 고장이라는 점도 조명하고자 안중근 유필(보물 제569-7호)도 전시한다.

나주박물관은 전시 외에 두 차례(6월 20일과 8월 8일) 장흥 관련 특별강연을 개최한다. 20일에는 ‘발굴자료로 본 장흥의 선사·삼국문화’(조근우 마한문화연구원장)와 ‘조선시대 장흥의 역사와 문화’(김희태 전라남도문화재위원)라는 주제 강연이 펼쳐진다. 8월 8일에는 각각 ‘고려왕조, 장흥을 만들다’(정선용 서강대학교박물관 연구교수), ‘장흥의 동학농민혁명과 독립운동’(홍영기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이 진행된다.

한편 나주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대형 장흥군 관광안내지도를 바닥에 붙여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도록 배려를 했다. 문의 061-330-7819.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