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얻은 재료 없이 오직 융·복합 기술로만 만든 음식을 먹고, 세상의 모든 레시피를 분석한 AI(인공지능로봇)가 인간이 가장 좋아할 만한 새로운 소고기 요리법을 알려준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 같은 일들이 단순히 상상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이 같은 일은 실제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더욱 다양하면서도 정교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음식과 기술의 결합은 예술과 감성, 과학과 기술의 융합을 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뒤섞이는 창의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분야다.

과학기술을 매개로 음식을 탐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직무대리 이진식·이하 ACC)과 아시아문화원(원장 이기표·이하 ACI)은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ACT페스티벌 2019 ‘해킹푸드’를 개최한다. 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음식과 예술을 조명한다.

이와 함께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 미디어아트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행사인 ‘2019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이하 ISEA 2019)’도 문화창조원 복합2관과 국제회의실 등에서 펼쳐진다.

ACT(Arts & Creative Technology)페스티벌은 세계적 창제작 플랫폼으로서의 ACC 역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축제로, 국내외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창작자들이 모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시간이다.

올해 ACT페스티벌은 ‘푸드&테크놀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음식과 예술의 결합을 탐구하는 동시에 작업과정 자체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즐거움을 ‘해킹’이라는 방법을 통해 조망한다. 이번 행사는 ACT쇼케이스, A/V퍼포먼스, 토크&렉처, 워크숍, 스크리닝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먼저 복합3관에서 펼쳐지는 ‘ACT쇼케이스’(8월 4일까지)는 올해 ACC_R 국제레지던시에 참여한 창작자 9명과 ISEA2019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 4명의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전민제 작가는 SNS에 해시태그를 달아 음식사진을 올리는 행위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데이터로 분석해 보여주는 작품을 준비했다. 또 한국의 언해피서킷 작가는 모든 레시피를 학습한 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 내는 AI를 선보이며 실제 음식으로 조리하는 과정을 라이브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미국의 풀 공 작가는 쉽게 제거되고 있는 인간의 맹장의 중요성을 말하며 이를 살리기 위한 식단을 제안하는 ‘막창자꼬리 인간’ 프로젝트를 펼치며 타이완의 팅 통 창은 광주 시민의 몸에서 채취한 종균으로 막걸리를 빚는 ‘인간막걸리’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또한 작가 알루는 ‘알루 미역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의 음식인 미역을 디지털 미디어로 비주얼적으로 화려하게 표현하고 재해석한다.

강연과 워크숍, 체험행사 등도 함께 진행된다. 복합4관에서 진행되는 ‘렉처’ 프로그램에서는 미래주의자들이 제안한 기이한 만찬에서부터 실험실 배양육까지 음식의 미래에 대한 연사들의 강연이 진행된다. 박남희 ‘해킹푸드’, 이용재 ‘1900~2010, 미래주의 요리의 과거, 현재, 미래’, 최도진 ‘기이한 만찬’, 코에르트 반멘스부르트 ‘이 다음의 음식, 이 다음의 자연’, 해리 파 ‘다감각 음식의 미래’가 펼쳐져 음식과 미래, 음식과 과학 등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복합4관에서 펼쳐지는 워크숍도 눈에 띈다. 3D푸드 프린팅으로 미래 대체식품인 식용곤충을 직접 만들어 시식까지 해보는 김성주 작가의 ‘워크숍’, 미래식량을 주제로 한 상차림을 주제로 한 강소영 작가의 ‘100년 후의 만찬’ 등도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음식을 주제로 한 상호작용 게임을 선보이는 ‘스크리닝’ 등의 행사도 열린다.

어린이문화원에서는 10∼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아트 캠프 ‘Action vol.1-맛있는 실험실’도 열려 어린이들에게 상상력과 꿈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기간에 열리는 ISEA2019는 문화전당과 광주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이 주최하고, 아시아문화원과 아트센터 나비가 주관하는 행사다.

이번 행사 주제는 ‘룩스 에테르나(Lux Aeterna)’로 빛고을에서 영감을 얻은 ‘영원한 빛’이라는 의미다. 행사는 학술 프로그램, 아트 프로그램, 지역 연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아트 프로그램으로는 전시와 퍼포먼스, 스크리닝,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으로, 100여 점의 세계 각국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또 광주 도심 곳곳을 탐색하며 얻은 결과물을 전시와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주는 참여형 워크숍이 광주문화재단 미디어 338에서 열린다. 문의 1899-5566.

/박성천 기자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