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앞선 군사·무기 체계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엄청난 자본과 기술력을 활용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한다는 ‘정상 개발론’과 외계의 기술을 이용해 경쟁국을 앞서고 있다는 ‘음모론’이 그것이다.

음모론의 핵심은 ‘인류가 정상적인 진화 단계에서는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신기술을 외계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외계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헐리우드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소재로 삼은 ‘맨인블랙’ 같은 영화들을 만들어 낼 정도로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일반인들로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황당해 보이는 음모론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어느 정도의 정보를 지니고 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어느 ‘대화’가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30일 임종을 앞둔 조지 H.W.부시 전 미국 대통령, 그리고 그의 오랜 친구이자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가 나눈 이야기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침대에 누운 대통령은 베이커를 쳐다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지?” 베이커가 “천국에 가는 거죠”라고 답하자 부시는 “좋아, 바로 내가 가고싶은 곳이네”라고 말한다. 세계 최강대국의 최고 정보를 다뤘던 전 미국대통령이 ‘영혼의 존재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외계의 앞선 정보를 지니고 있었다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절친’에게 ‘어디로 가는 것인지’를 굳이 물었을 리는 없을 터다.

확정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기엔 다소 미흡한 내용이지만, ‘최강대국의 대통령이라도 죽음 이후의 세계를 알지 못한다’는 데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새로운 정보에 대한 접근 여부가 경제·사회적 차별로 이어지는 정보 격차(digital divide)가 심화되고 있는 요즘 ‘사후 세계에 대한 정보’야말로 궁극의 정보 격차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죽음 앞에서는 아직까지 모두가 평등한 셈이다.

/홍행기 정치부장·부국장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