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동네방네
2019년 05월 27일(월) 00:00 가가
[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필자가 생각하는 ‘동네’는 사전적 의미로 자기가 사는 집의 근처다. 유의어로는 ‘마을’이 있다. 마을은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을 의미한다. 여기서 집의 근처가 의미하는 바는 물리적인 거리와 심리적인 거리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자가용 없이 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을 집 근처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는 물리적 거리와 정신적 거리가 중첩되지만 물리적 거리가 우선시 된다.
편하게 안정감을 가지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 가족에게도 ‘집 앞에 갔다 올게’라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 편한 복장으로 쉽게 나갈 수 있고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동네의 의미는 심리적인 거리가 작용하는 공간의 동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심리적 거리라는 관점을 가지고 우리 동네의 범위를 정리하면 동네는 곧 자신에게 익숙한 거리이기도 하다. 먼 여행을 갔다 오면 익숙한 경관이 눈에 들어오고 집에 가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곳이 바로 동네가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이후 소위 ‘압축’ 개발로 인해 누적되어 온 도시 문제, 예를 들면 구도심 쇠락, 불균형 발전, 공간의 양극화, 편의 및 녹지 공간 미흡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 재생 뉴딜, 마을 만들기와 같은 소규모 재생 사업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 중이다. 이러한 해결 방안들의 목표는 모두 살기 좋은 동네, 살고 싶은 도시일 것이다.
한데 요즘에는 기존의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전면 개발 방식이 아닌 지역의 구조적 틀을 유지한 채 주민이 주체가 되는 동네 만들기와 같은 도시 재생 방법들이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 역시 그동안 관, 다시 말해 행정기관이 주도하였다. 최소한의 계획 단계부터 주민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그 책임 및 평가에서도 주민은 제외되었다는 의미다.
관이 주도하는 재생 정책의 문제점을 몇 가지 들어 보면 먼저, 정부나 지자체의 많은 부처가 각기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한다는 데 있다. 이를 총괄할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복지 관련 부처는 ‘복지 마을’을, 문화 관련 부서는 ‘문화 마을’을 만든다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정작 해당 마을에서는 문화와 교육, 복지와 경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이 모두 소통 없이 ‘칸막이 행정’의 전형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것도 경쟁적으로 말이다.
다음으로 의미 없는 성과주의다. 행정은 항상 가시적인 성과에 골몰한다. 시민의 세금을 쓰니 그 세금을 헛되이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공복으로서는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그 성과가 정책의 진정한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눈에 띄는, 계량이 용이한 가시적인 양적 지표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간을 짓거나, 참여자 숫자 등에 집착하다 보니 정작 챙겨야 할 정책의 질적 효과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 주도가 아닌 주민 주도의 재생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주민과 지역 활동가들을 위한 교육과 다양한 활동들이 보장되어야 한다. 주민이 스스로 나서서 일상에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선해 나가는 주민 자체의 노력, 골목·동네 등 물리적 환경을 고쳐나가는 데 행정기관·기업 및 단체 등의 참여, 이를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각종 협정이나 프로그램 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에게 동네에 대한 ‘의식’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동네 만들기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재개발 사업’이 아니다. 그 장소의 역사와 특성 및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함께하는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 장소와 장소,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동네와 지역사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관계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동네 만들기는 지역사회와 연동된다. 동네가 곧 전체 사회 시스템과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 동네와 옆 동네와의 연계는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현재 광주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도시 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의 성과는 동네에서 또 골목에서 힘겹게 해 온 많은 풀뿌리 주민 활동을 의미 있게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동네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함께 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도시 재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동네’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네를 정겹게 가꾸는 것이 살고 싶은 광주를 만드는 첫걸음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이후 소위 ‘압축’ 개발로 인해 누적되어 온 도시 문제, 예를 들면 구도심 쇠락, 불균형 발전, 공간의 양극화, 편의 및 녹지 공간 미흡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 재생 뉴딜, 마을 만들기와 같은 소규모 재생 사업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 중이다. 이러한 해결 방안들의 목표는 모두 살기 좋은 동네, 살고 싶은 도시일 것이다.
다음으로 의미 없는 성과주의다. 행정은 항상 가시적인 성과에 골몰한다. 시민의 세금을 쓰니 그 세금을 헛되이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공복으로서는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그 성과가 정책의 진정한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눈에 띄는, 계량이 용이한 가시적인 양적 지표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간을 짓거나, 참여자 숫자 등에 집착하다 보니 정작 챙겨야 할 정책의 질적 효과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 주도가 아닌 주민 주도의 재생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주민과 지역 활동가들을 위한 교육과 다양한 활동들이 보장되어야 한다. 주민이 스스로 나서서 일상에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선해 나가는 주민 자체의 노력, 골목·동네 등 물리적 환경을 고쳐나가는 데 행정기관·기업 및 단체 등의 참여, 이를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각종 협정이나 프로그램 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에게 동네에 대한 ‘의식’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동네 만들기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재개발 사업’이 아니다. 그 장소의 역사와 특성 및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함께하는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 장소와 장소,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동네와 지역사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관계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동네 만들기는 지역사회와 연동된다. 동네가 곧 전체 사회 시스템과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 동네와 옆 동네와의 연계는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현재 광주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도시 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의 성과는 동네에서 또 골목에서 힘겹게 해 온 많은 풀뿌리 주민 활동을 의미 있게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동네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 함께 밥을 먹고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는 것부터, 아이를 같이 키우고 일자리를 나누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까지.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도시 재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동네’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네를 정겹게 가꾸는 것이 살고 싶은 광주를 만드는 첫걸음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