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학교들 ‘글꼴 소송전’ 노심초사
가정통신문·교육자료 무단사용에 디자인업체 배상금 잇단 청구
수도권 소송 이후 지역 줄소송 우려…교육청에 대책 문의 줄이어
2019년 05월 24일(금) 00:00
광주·전남지역 교육계가 ‘글꼴(폰트·font) 소송전’에 휘말리기 직전이다.

글꼴을 만든 디자인 업체 측이 지역 각급 학교와 교육청 등에 무단으로 글꼴을 사용하고 있다며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글꼴 디자인 업체들은 최근 수도권 사립학교 등 400여 곳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에서 이길 경우, 조만간 광주와 전남을 비롯한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아직 소송이 제기된 바 없으나 저작권 침해에 따른 법적 다툼을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받은 학교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22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이날 현재까지 전남지역 교육지원청과 각급 학교 10여 곳에서 저작권 위반 사례에 대한 대처방안을 묻는 등 글꼴 무단사용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시교육청도 최근 일선 학교와 교육청에서 4건의 사례가 발생해 법적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들은 모두 최근 글꼴 디자인 업체나 법률사무소로부터 “컴퓨터 문서작업에 사용되는 글꼴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사용금액을 내지 않으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업체가 요구하는 글꼴 구입 비용은 200만~250만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외주제작 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인쇄물에 해당 글꼴이 사용된 사실을 모르고 이를 PDF파일로 변형해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일선 학교들은 상당수가 유료 글꼴이 들어간 가정통신문이나 교육자료 등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내용증명을 받은 학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은 현황을 파악하기가 힘들다”며 “업체가 소송을 확대해 지역 학교 홈페이지를 일일이 조사할 경우 저작권 위반 사례가 다수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글꼴 디자인 업체들이 광주·전남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줄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업체는 2016년 인천시교육청과 학교 등을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 건당 100만~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후 인천을 비롯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400여개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대규모 소송을 진행 중이다.

만약 업체가 이 재판에서 승소한 뒤 광주·전남 소재 학교를 대상으로 유료 글꼴 무단사용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면 대규모 적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역에서 100개 학교가 각 2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그 금액만 2억원에 이른다.

특히 업체가 이미 수년전 사용했던 글꼴을 가지고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저작권법 위반 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공문을 보내는 등 대처하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찾아내 문제를 제기하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료 글꼴이 어떻게, 언제, 왜 사용하게 됐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업체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법적대응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국적 사안인 만큼 시도교육감협회의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교육부에 건의하는 등 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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