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 실존 인물인 고(故) 김사복 씨와 그의 도움으로 5·18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가 5·18 구묘역에 나란히 안장되는 것은 어려워졌다.

광주시와 5월 단체 등으로 구성된 5·18 구묘역 안장심의TF팀은 13일 힌츠페터가 남긴 유품을 5·18 구묘역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안건을 심의한 결과 ‘안장 불가’ 권고를 냈다. 봉분을 세우지 않는 독일의 관습에 따라 유품을 구묘역으로 이전하더라도 다른 400여 묘지와 달리 봉분을 세울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힌츠페터의 묘역에만 봉분 대신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도 유족과 참배객 정서상 맞지 않다고 심의위원들은 판단했다. 다만 김 씨의 아들 승필씨가 아버지의 유해를 힌츠페터의 유품과 나란히 안장하길 원한다면, 현재 힌츠페터 유품이 묻혀있는 5·18기념정원에 안장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김 씨는 5·18기념사업위원회심의를 다시 거쳐야 한다.

앞서 힌츠페터는 생전에 가족들에게 ‘죽으면 광주에 묻어달라’는 뜻을 수차례 밝혔고, 그의 유지에 따라 머리카락과 손톱 등 유품이 구묘역 인근에 조성된 힌츠페터 기념정원에 안장됐다.

이에 대해 승필씨는 “부친과 힌츠페터를 함께 모시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념정원 바로 옆에 화장실과 정화조가 있어서 이 부분을 정비하고 안장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