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정신질환자나 질환 의심자들이 이웃에 불을 지르거나 상습적으로 괴롭히고,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복지사마저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도 경남 진주 방화·살해 사건 등 정신질환자 관련 사건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극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광주시와 자치구 등은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치구별로 경찰과 행정 기관이 합동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환자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집중 관리하면 적은 인원과 예산으로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3일 광주시와 5개 자치구,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시 서구의 한 고시텔에 세 들어 사는 A(60)씨는 닥치는 대로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가지고 들어와 자신의 방에 보관하는 바람에 이웃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고시텔 관리인 B(50)씨는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방에 쌓이면서 악취가 나고 화재의 위험이 있어 치워달라고 부탁했지만 오히려 심한 욕설과 함께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성 말까지 들었다”면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번 경남 진주 사건을 접한 이후엔 A씨를 볼 때면 더 큰 공포감이 몰려온다”고 하소연 했다.

B씨는 “최근 고민끝에 동주민센터에 A씨 관련 민원을 제기했는데, ‘A씨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1일 새벽 0시 50분께 광주시 서구 한 아파트에서 여덟 가구에 비치된 우유배달 주머니가 불에 탔다. 이날 8개 우유 주머니에 불을 지른 C(여·22)씨는 경찰조사에서 ‘새벽에 갑자기 천사와 악마가 불을 지르라고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이들이 시킨 일을 한 것 뿐’이라고 진술했다.

광주시 북구 우산동 임대 아파트에 사는 D(52)씨는 북구청의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D씨는 북구 문흥동·두암동·우산동 행정복지센터 등을 찾아 사회복지사를 폭행하는 등 각종 행패를 일삼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자인 D씨는 사회복지사가 챙겨준 김치가 맛이 없다는 이유로 김치를 집어 던지기는가 하면, 통장에게 흉기를 보여주며 협박하는 등 이웃 주민을 상대로도 폭력성을 보이고 있다. D씨는 지난 2월말 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사회복지사를 20여 분간 폭행했다가 경찰에 붙잡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이웃을 괴롭히고, 폭력행위를 반복하는 사례는 광주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매달 광주시와 5개 자치구 등에는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이웃의 난폭한 행동 관련 상담 및 신고 접수가 30여 건씩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관련 범죄도 증가세다.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광주에서 정신질환자에 의한 발행한 범죄현황은 ▲2016년 194건(폭력 98건·절도 78건·강간,강제추행 17건·살인 1건) ▲2017년 214건(폭력 118건·절도 77건·강간,강제추행 16건·강도 3건) ▲2018년 209건(폭력 107건·절도 80건·강간,강제추행 22건) 총 617건에 이른다. 피의자 유형도 정신장애 343명, 정신이상 211명, 정신박약 40명 등의 순이었다.

시민들은 정신질환 의심 주민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자치단체와 경찰 등에 요청하고 있지만, 문제는 현행법상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광주의 한 자치구 사회복지 담당은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질환의심자가 난폭한 행동을 보이더라도, 인권 등의 문제 때문에 자치단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보호자와 의사에게만 맡겨 놓은 현 정신질환자 관리시스템을 개선해 국가가 직접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광주에서 10만 2463명이 정신 및 행동장애로 치료를 받았으며, 같은 기간 조현병으로 치료받은 사람도 3895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