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야구’로 타석 체질 강화에 성공한 ‘호랑이 군단’의 시선이 이제 마운드로 향한다.

KIA 타이거즈의 2019시즌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장점과 약점이 뒤바뀌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엔트리와 라인업으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올 시즌 KIA의 타선은 장점으로 분류됐었다.

팀 타선을 이끌어왔던 베테랑 타자들이 그대로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전력 누수가 없었다. 내야의 중심인 김선빈과 안치홍 ‘키스톤 콤비’의 ‘FA 효과’도 기대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시즌 모습은 예상을 한참 비껴갔다.

베테랑들의 계속된 부진에 답답한 공격 흐름이 이어졌고 이는 패배로 연결됐다. 또 김주찬과 김선빈은 일찍 재활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믿었던 타자들의 부진 속 오히려 약점으로 꼽히던 ‘백업 야수진’이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위기의 팀을 끌고 가는 모습이다.

신예 선수들은 집중력 있는 승부로 상대의 허를 찌르며 귀한 승리를 만들어내고 있고, 팬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에도 이들의 플레이를 위안으로 삼고 있다.

타석에 분 변화의 바람이 마운드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시즌 엔트리에 있던 임창용, 윤석민, 김세현이 빠졌지만 이들의 빈틈은 보이지 않는다. 불펜의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젊은 투수진’은 경험을 쌓아가면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의 마운드 전면에는 고졸 2년 차 하준영이 있었다. 하준영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필승조로 고속 승진했다. 또 다른 좌완 이준영과 함께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해줬던 임기준까지 마운드에 가세하면서, KIA는 ‘좌완 불펜진’이라는 오랜 고민을 풀 실마리를 찾았다.

양승철이라는 새로운 신인도 등장했다.

대학 재학 중 군대를 다녀온 ‘늦깎이 신인’ 양승철은 193㎝ 큰 키를 활용한 힘 있는 피칭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프로 데뷔전이었던 지난 13일 SK전에서 2.1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강렬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리고 이날 경기가 9회 2사 만루에서 터진 대타 한승택의 역전 만루 홈런으로 6-4, KIA의 승리로 끝나면서 양승철은 데뷔전에서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마침내 마무리 자리를 차지한 김윤동도 착실하게 제 역할을 해주면서 불펜진의 중심이 되고 있다.

부상과 부진이 겹친 선발진에서도 ‘잇몸’들의 경쟁이 전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일단 좌완 김기훈은 기복은 있지만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선발진 한자리를 채우고 있다.

‘선발 후보’였던 한승혁이 내전근 부상으로 재활군에 머물고 있고,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던 임기영도 옆구리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이들의 위기는 다른 이들에게 기회가 됐다.

황인준이 두 차례 선발 등판을 한 뒤 전략적으로 2군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가운데 홍건희가 새로운 경쟁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14일 SK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시즌 첫 등판에 나선 홍건희는 6이닝 4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의 호투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선수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KIA 마운드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복귀를 노리는 이들의 경쟁은 1·2군 모두에 ‘경쟁의 바람’을 키우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천후 투수’로 주목을 받았던 사이드암 박준표가 경기 도중 다리에 공을 맞기는 했지만 지난 16일 KT전을 통해 실전에 돌입했다. 지난 시즌 ‘샛별’로 주목 받았던 유승철과 2017년 우승 주역인 김세현도 퓨처스리그에서 칼을 갈고 있다.

예상과는 다른 KIA의 초반 흐름 속 ‘경쟁의 바람’이 타석에 이어 마운드도 바꾸고 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