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5일. 오거스타 내셔널에는 또 하나의 전설이 새겨졌다. 주인공은 타이거 우즈다. 전설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마지막 홀에 들어서는 우즈를 보며 모든 관객들은 기립한 채 ‘타이거’를 연호했다. 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탄성을 내지르며 역사의 현장을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지난 1997년. 스물두 살의 겁 없는 골퍼 타이거 우즈는 마스터스 대회에서 2위와 무려 12타 차로 우승하면서 전설을 만들었다. 보수적인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에는 1990년까지만 해도 흑인들은 들어올 수조차 없었는데, 드디어 흑인이 우승까지 거머쥐는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로부터 22년, 일곱 차례 허리 수술을 거친 44세의 우즈가 마스터스 대회에 다시 섰고 마침내 우승했다. 2위와 차이는 단 1타. 그만큼 피를 말리는 경쟁 끝에 이뤄 낸 승리였다. 하지만 울림은 22년 전보다 훨씬 컸다. 심각한 허리 부상과 섹스 스캔들의 오명을 끊임없는 인내와 도전으로 극복한 인간 승리였기 때문이다. 잦은 부상으로 골프를 포기하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고 복귀 이후 저조한 성적에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주변의 냉소를 극복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는 압권이었다. 우즈는 과거 승리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검정색 모자와 붉은 셔츠, 검정색 바지를 입고 우승 경쟁에 나섰다. 그의 플레이는 절제 그 자체였다. 얼음처럼 냉정하게 위기를 극복하며 차분히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선두이자 동반 플레이어였던 몰리에르의 ‘빗장 골프’도 우즈의 압박에 견디지 못하고 아멘 코너에서 무너졌다. 우즈는 뒤지면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했고 극적인 역전 승리를 일궈 냈다.

고난은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 우즈는 많이 변했다. 오만한 쇼맨십으로 그린에서의 독무대를 즐기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우즈는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15승, PGA 투어 81승째를 기록했다.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18승)에는 3승 차, 샘 스니드의 PGA 투어 최다승(82승)에는 1승 차로 다가섰다. 우즈가 이 기록을 넘어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골프 팬들은 우즈가 이 기록을 깨기 위해 끊임없는 도전에 나설 것임을 알고 있다.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tu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