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가 짱이야 = 쑥스러운 끝내기 주인공이었다. 1-1로 맞선 10회말 1사 1·2루에서 타석에서 선 최형우는 2루에 있던 최원준이 3루 도루에 성공하면서 끝내기 기회를 얻었다. 초구 볼을 지켜본 최형우는 2구째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빗맞은 공은 높게 떴고 멀리 가지 못했다. NC 좌익수 강진성이 3루 익사이팅존에 부딪히면서 공을 잡았다. 하지만 강진성이 망에 부딪혀 균형을 잃고 주춤하는 사이 3루에 있던 최원준이 홈을 파고들었다. 포수 양의지를 비켜간 공에 최형우는 쑥스러운 끝내기 희생 플라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형우 형 나이스 배팅’이라는 후배들의 놀림에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며 웃었던 최형우는 “(최원준을 가리키며) 쟤가 짱이다”고 후배에게 끝내기 타점의 공을 돌렸다. 선배들의 찬사에도 김종국 주루 코치에게는 아쉬움이 남았다. 최원준에게 백업 플레이를 지시했던 김 코치는 “스타트가 늦었다. 스타트만 잘했으면 슬라이딩 안 해도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여기 없었을 겁니다 = 11일 NC와의 경기에 앞서 타자들은 번트 연습에 공을 들였다. KIA는 전날 번트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1-1로 맞선 8회말 선두타자 최원준이 2루타로 출루하면서 KIA가 대타 유재신을 투입했다. 보내기 번트에 이어 희생타로 결승점을 만들기 위한 계산이었다. 하지만 초구에 시도한 번트가 파울이 됐고 유재신은 투볼 투스트라이크에서 삼진을 당했다. 이어진 클린업트리오의 침묵 속에 KIA는 득점에 실패했다. 10회 유재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 이번에도 최원준이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했고 유재신이 다시 타석에 섰다. 이번에는 유재신이 초구에 희생번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KIA는 최원준의 3루 도루와 과감한 홈 쇄도로 끝내기 승을 거뒀다. 유재신은 “최근에 우리 팀이 번트 실패가 많아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앞에 전진 수비한 야수들도 눈에 보이고 너무 잘 대려고 했다”며 “두 번째 번트도 성공하지 못했다면 아마 오늘 여기(1군에) 없었을 것이다. 어려운 경기였는데 팀이 이겨서 좋다”고 언급했다.

▲하나씩 아웃카운트도 잡고 = 마침내 ‘이종사촌 필승조’가 떴다. KIA의 시즌 첫 끝내기 승이 기록된 지난 10일 윌랜드는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하며 올 시즌 가장 믿음직한 선발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1-1로 맞선 상황에서 등판이 끝나면서 3연승에는 실패했다. 윌랜드가 내려간 뒤 KIA는 두 번째 투수로 고영창을 투입했다. 세 번째 투수는 고영창의 사촌 동생인 임기준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실책과 내야안타는 기록했지만 나란히 아웃카운트 하나씩을 잡아내며 처음 필승조로 같은 마운드에 섰다. 고영창은 “나란히 등판을 했다. 자주 이렇게 나가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둘 다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거의 떠먹은 수준이라 = 하준영이 윌랜드와 팀 내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하준영은 3월 28일 한화전에서 4-4로 맞선 7회 1사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하며 프로 데뷔 후 첫승을 신고했었다. 하준영은 10일 김윤동에 이어 10회 1사 1루에 출격해 0.2이닝을 소화했다. 이어진 10회말 KIA가 최원준의 재치있는 주루로 결승 득점을 만들면서 승리는 하준영에게 돌아갔다. “이건 거의 떠먹은 수준이었다”며 웃은 하준영은 “그동안 윤동이 형이 내 것 잘 막아줬으니까 형꺼 잘 막아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또 “앞선 경기에서 홈런 맞고 힘들기도 했는데 형들과 코치님들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또 한편으로 ‘0’이 깨진 거니까 마음이 편해진 것도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하게 잘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