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성매수자 처벌' 청원에 4만여명…"나는 소중하다"
의회서 논의 전망…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법무부, 인신매매 금지 조처 강화·성 노동자 재활 지원 계획
2019년 04월 10일(수) 17:14

암스테르담 홍등가

성매매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서 최근 성 매수자만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의 도입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수만 명이 참여했다고 BBC 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독교 영향을 받은 이 캠페인의 명칭은 '나는 소중하다'(Ik ben onbetaalbaar)다.

참가자들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의 캠페인 문구를 쓴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만일 당신의 누이라면?", "매춘은 불평등의 원인이자 결과물"이라는 글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캠페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암스테르담 홍등가


이번 청원에 4만2천여 명이 참여하면서 이 사안은 정치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프랑스 등 성 매수자만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 도입국과 달리 네덜란드에서는 성인 간 동의 아래 이뤄진 성매매가 합법이다.

그러나 캠페인 측은 네덜란드의 성 산업이 구식이고 착취적이라며 네덜란드가 스웨덴 같은 나라의 제도를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르딕 모델을 도입한 나라에서는 성 매수자와 매춘에 착취당하는 사람이 줄었을 뿐 아니라 인신 매매업자에게 덜 매력적인 곳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청원을 시작한 '익스포즈 운동'(Exxpose movement) 설립자 중 한 명인 사회복지사 사라 루스는 "인신매매가 너무 많이 자행되고 있으며, 암스테르담은 값싼 성에 대한 수요가 많아 가장 취약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성 노동자들의 재활을 돕는 단체에서 근무한 바 있는 루스는 "(성매매 여성 가운데) 다른 일을 찾을 수 없는 여성은 매우 극소수"라며 "그들은 다른 기술을 찾는 데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 성매매종사자 홍등가 정비 항의 시위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성 노동자 공동체 '프라우드'의 이사 폭시는 성 매수를 범죄화하는 어떠한 시도도 성매매 여성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일 성 노동자가 불법으로 일하게 되면 우리는 아마도 폭력의 희생자가 될 것"이라며 "성 매수자들은 우리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캠페인 사진에도 "나는 자발적인 성 노동자다. 나 같은 사람이 많다. 이 캠페인은 내 일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이번 청원에 대해 정부가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조처를 강화하는 한편, 매춘에서 벗어나려는 성 노동자를 지원할 기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BBC에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계획은 협의를 거쳐 올해 말에 의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BBC는 네덜란드 현행법의 급격한 변화는 성매매를 억압보다는 자유의 상징으로 보는 정치·사회계의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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