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설·수필 등 문학 작품은 작가의 경험과 상상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이다. 당연히 작품 속에 팩트(사실)를 담기보다는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일이나 작가의 생각을 담아낸다. 작품 속의 표현은 그래서 사실과 다르더라도 팩트를 다루는 기사와는 달리 용인되는 경우가 많다.

작가들은 창작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이들의 ‘문학적 표현’조차 가끔은 국민들의 눈높이와 심하게 어긋날 때가 있다. 평소 SNS를 통해 거침없는 주장을 펴 온 이외수는 비유를 잘못해 지난해 말 두 차례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10월에는 단풍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을 올렸는데 단풍을 화냥년에 비유해 물의를 빚었다. 단풍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며 화냥기를 드러내 보인다’고 표현하면서 단풍을 자신을 버리고 간 여성에 비유했다.

두 달 뒤에는 산통을 줄여 주는 무통 분만을 불로 소득에 비유했다. “그대가 어떤 분야에 종사하든 불로 소득이나 무통 분만으로 얻어지는 소득이나 기쁨을 기대하지 마라”는 SNS 글이었지만 무통 분만을 불로 소득과 동급으로 취급해 여성 비하 비판을 받았다.

올 초에는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 ‘언더 더 씨’가 문제가 됐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여고생의 신체 부위를 과일에 비유한 것이다. “지금쯤 땅 위에선 자두가 한창일 텐데….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 문제가 된 소설 도입부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이 일자 작가는 ‘문학적 장치’라고 해명했지만 희생자를 모욕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5·18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거짓말쟁이라고 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두환 측이 ‘문학적 표현’을 주장하고 나섰다. 8일 광주지법에 나온 전 씨 측 변호인이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닌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문학적 표현이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작가도 아닌 피고인이 문학적 표현을 내세워 본질을 흐리려는 꼼수라니, 엄정한 법의 심판밖에 없을 듯하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