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또 시끄럽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언제쯤에나 국회가 정상화될지 걱정스럽다. 민생 법안은 뒷전인 채 선거제 개혁 등으로 맞붙었던 여야가 이번에는 ‘인사 청문회 후폭풍’을 맞으면서 3월 임시국회도 ‘빈손 국회’로 막을 내릴 판이다.

여야는 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청문 보고서 채택을 둘러싸고 힘 대결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조동호 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는 청와대가 지명을 철회했고 최정호 국토부장관 내정자는 자진 사퇴했다. 인사청문회 청문 보고서 채택 대상자는 5명의 장관 후보자로 줄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장관 후보자 전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가 단 한 건도 채택되지 못했다.

어찌 됐든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도 지적됐던 부실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 ‘현미경 검증’이라며 사실상 후보자 신상 털기로 무분별한 흠집 내기에 나서는 야당, 그리고 여야 청문위원들 간 고성이 오가는 싸움, 이어 보고서 채택 무산과 일부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임명 강행. 악순환은 계속 되풀이된다. 이 때문에 후보자 검증 기준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높이고 청문 결과의 구속력을 강화하는 등 인사 청문회법이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사 청문회는 제16대 국회가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면서 도입됐다. 국회가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 중 인사 청문회를 실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필리핀 정도다. 미국의 인사 청문 및 사전 검증은 매우 철저하고 객관적이며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지명에 앞서 의회 지도자 등과 사전 협의를 실시하기 때문에 인준 성공률이 99%나 된다.

이제 인사 청문회에 앞서 청와대는 더욱 강화된 기준으로 후보자 검증을 꼼꼼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정책 역량과 전문성, 비전도 따져 봐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도덕성과 청렴 등 후보자들이 살아온 삶이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