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공무원들이 1948년 발생한 ‘여순사건’의 아픔과 갈등, 후손들의 화해를 다룬 웹드라마를 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26일 여수시에 따르면 70년 전 여순사건 당시 원수지간이었던 두 집안이 갈등 끝에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웹드라마 ‘동백’을 제작해 다음달 9일 시사회를 개최한다.

이 드라마는 김상욱 여수시 관광마케팅 팀장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등 시 공무원들이 여전히 숙제로 남은 여순사건의 갈등을 풀어내는 데 힘을 보탰다.

‘신지끼’, ‘여명’ 등에 이어 여수시가 네 번째 제작한 웹드라마 ‘동백’은 현재의 우리가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자는 메시지를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 얘기로 담아냈다.

‘동백’은 기존 여수시가 자체 제작한 세 개의 작품처럼 총 5화, 45분 분량으로 완성됐다.

여순사건 추모 문양인 동백꽃만 그리는 화가 지망생 정우와 청년 사업가 민아가 주인공이다. 정우는 총살을 담당한 할아버지를 둔 가해자 가족이고 민아는 피해자 후손이다.

이들은 부모의 반대에도 서로 아픈 가족사를 뛰어넘어 마침내 결혼에 이르면서 두 집안의 화해를 이끌어낸다.

1화 ‘되살아난 기억’은 여순사건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조부를 그렸다. 2화 ‘운명적 만남’에서는 여수 꿈뜨락몰 청년사업가 민아와 화가지망생 정우의 만남을 담았고, 3화 ‘하나 된 우리’에서 청춘남녀의 풋풋한 사랑과 쌓여가는 추억을 보여준다.

4화 ‘망각의 세월’과 5화 ‘화해와 용서’는 모래예술로 여순사건에 대한 잃어버린 시간을 조명한 데 이어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 속에 젊은 남녀가 결혼하는 행복한 결실을 맺는다.

드라마에는 당시 좌익으로 몰린 시민 125명을 한꺼번에 총살하고 화형시킨 현장 ‘만성리 형제묘’를 비롯해 오동도, 사도, 추도, 여자만, 섬달천, 마래산, 웅천해변, 선사유적공원, 가사리 생태공원, 여수 밤바다, 천사벽화골목 등이 화면을 채운다.

동백의 시나리오 집필 등 그동안 여수시 웹드라마를 총괄 제작해 온 김상욱 관광마케팅 팀장이 이 곳을 드라마 제작 배경으로 등장시켰다.

김상욱 여수시 관광마케팅팀장은 “지난해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다짐한 화해와 화합의 의미를 웹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담았다”며 “여수 밤바다 등 아름다운 천연 관광자원을 보유한 여수의 가치와 함께 현대사의 아픈 비극이 담긴 지역의 역사도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수시는 시사회를 마친후 곧바로 유튜브, 아프리카TV, 페이스북 등에 알리는 한편 국제 웹영화제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여수가 가진 역사와 아름다운 관광자원을 알리는 홍보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수준 높은 웹드라마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수시는 지난 2016년부터 일찌감치 365개의 아름다운 섬을 간직한 여수의 천연 자연과 주요관광지를 배경으로 웹드라마를 제작해 호응을 받았다.

지난 2016년 발표한 웹드라마 ‘신지끼’는 제2회 국제영화제 K웹페스트 베스트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받았고 2017년 공개한 ‘여명’은 서울국제웹페스트에서 특별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전문 국제 영화제인 서울웹페스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여명(麗明)(여수의 명소, 여수에서 활약한 명나라 장수)은 현대와 정유재란 시기인 과거를 배경으로 시공을 초월한 컨셉으로 제작됐다.

지난 2016년 제2회 국제영화제 ‘K웹페스트’에서 해외 8개 작품, 국내 2개 작품 등과 경합을 벌인 끝에 수상한 ‘신지끼’는 거문도 사람들의 애환과 기원이 담긴 인어공주 ‘신지끼 전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여수 화정면 개도의 느티나무 전설을 각색한 웹드라마 ‘마녀목’도 ‘2018 서울웹페스트’에서 ‘베스트 브랜드 시리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고재익 여수시 관광문화교육국장은 “앞으로도 저예산으로 언제·어디서든 쉽게 시청이 가능한 웹드라마의 장점을 특화해 지역사회의 염원이 담긴 메세지와 관광 홍보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해 가겠다”고 밝혔다.

/여수=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