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미세 먼지가 덮친 이달 초, 광주 지역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은 공기 정화 장치도 없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했다. 시교육청이 공기청정기 구입 예산을 미리 확보해 놓고도 정작 학교에는 개학 후 1주일 뒤에야 내려 보내는 등 늑장 행정을 펼친 탓이다.

전교조 광주지부 등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7일 공·사립 초등학교에 공기 정화 장치 구입 예산 26억 원을 배부했다. 대상은 공기 청정기가 없는 초등학교 4~6학년 1734개 교실로, 시교육청은 다음 달까지 설치와 정산을 마치도록 했다.

하지만 1~2월 두 달간을 헛되이 보낸 뒤 새 학기 들어 일주일 이상 미세 먼지 공습이 이어진 뒤에야 예산을 나눠 줘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설 학교에는 공기 정화와 에어컨 기능을 갖춘 중앙 공조 장치가 설치됐는데도 똑같이 예산을 배부했다가 뒤늦게 환수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의 미숙한 행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저소득 가정 학생 등 1만 4000여 명에게 마스크를 무상 보급하는 과정에서는 택배로 전달하도록 했다가 업무 증가에 따른 불만이 쏟아지자 학생에게 직접 주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결과 보고 때 인증 사진을 첨부하라고 요구했다가 항의를 받고 철회하는 등 혼란을 가중시켰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미세 먼지에 황사까지 겹쳐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여서 피해는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사회 각계에서 국가 재난이나 다름없는 미세 먼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교육청의 이러한 늑장 행정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직접 공기청정기를 일괄 구매해 설치한 타 시도 교육청의 발 빠른 대응과도 대비된다. 시교육청은 교육 현장의 실상을 면밀히 살펴 이러한 미숙한 탁상행정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