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나무들은 아직 푸른 옷을 입기 전이지만 갤러리에는 푸른 빛이 가득하다.

김주연의 영상작업 ‘Metamorphosis Ⅲ’은 흥미롭다. 6분 분량의 작품에서는 전시장 천정까지 높이 쌓인 신문지 더미에서 녹색 식물이 피어나는 경이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김 작가의 또 다른 사진 작품에선 식물로 뒤덮인 ‘옷’을 만난다. 생명력 넘치는 싹으로 가득해 녹색 풀밭같은 ‘코트’, 옆구리와 소매 군데군데 싹을 달고 있는 붉은색 원피스 등이다. 작가는 자신이 입었던 옷에 씨앗을 심고, 싹 틔운 옷을 사진으로 촬영한 ‘존재의 가벼움’ 시리즈를 전시중이다.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식물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6명을 초청,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오는 4월 9일까지 ‘PLANT SCENE-식물이 가득한 풍경’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식물을 소재로 한 회화, 사진 등이 전시된다,

김주연 작 ‘존재의 가벼움Ⅲ’

사진작가 이정록의 ‘Nabi’는 현실세계를 넘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 ‘무엇’과 현시적인 ‘무엇’을 넘나드는 나비의 이미지를 오묘한 숲 속에 담아 사진으로 표현한다. 오랜 시간 반복되는 설치와 촬영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한 장의 사진에서 영혼을 상징하는 나비가 전달하는 초자연적인 기운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관람객들의 사진 스폿으로 인기가 높은 김지영 작가의 작품 ‘여기, 다시 꽃피우다’는 삶의 공간에서 만나는 소박하고 작은 풀꽃들을 하나둘 채집하듯 광목천에 그려 대형 벽면에 설치한 작품으로 화려한 색감의 소박한 꽃들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방명주 작가의 ‘Rise Raise’ 연작은 부산의 오래된 식물원의 장면들을 담고 있다. 새싹이 돋고, 자라고, 꽃이 피고, 잎과 씨앗이 떨어지고, 죽고, 다시 움트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나현의 ‘난지도’ 연작은 작가가 진행하고 있는 바벨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식물학자, 화훼전문가와 함께 난지도 공원에서 채집한 귀화식물들의 표본을 사진을 찍어 프린트한 작품이다.

전시장에는 또 ‘어서와 나의 봄’이라는 네온 글씨와 함께 다양한 식물로 꾸민 푸른 공간(‘Soho&Noho 광주점’ 설치)도 만날 수 있다. 문의 062-360-1271.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