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지역구 의석을 225석(비례대표 의석은 75석)으로 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선거제 개편안’에 잠정 합의했다. 권역별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한 ‘비례대표 배분 연동률’은 50%로 정했다. 자유한국당을 뺀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이 같은 내용의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처리하는 잠정 합의안에 대해 이번 주 의원총회 등 추인 절차를 거쳐 본격 실행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패스트 트랙을 총력 저지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당은 그동안 각 당이 내놓은 개편안에 대해 어깃장만 놓다가 4당 합의가 이뤄질 듯하자 뒤늦게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안을 내놓았다. 1년 넘게 자체 안을 내놓지 않고 버티다 ‘비례대표 폐지안’을 내놓은 것은 판을 깨겠다는 심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일각에서는 지역구 축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막판에 합의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여야 4당은 당초 정의당 등이 요구한 100% 연동형 비례제가 아닌 50% 연동제를 적용해 최종 조율 중인데,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대의 피해자로 꼽힌다. 개혁 입법 처리를 위해 이번에 의석수 확보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는 선거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소선구제하에서 지역구를 더 늘려 기득권만 강화하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 한국당이 계속해서 선거제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면 여야 4당은 더 시간을 끌 필요 없이 즉각 패스트 트랙에 올려야 할 것이다. 나머지 야 3당도 작은 이익을 탐하지 말고 가능한 수준에서 합의함으로써, 거대 양당의 승자 독식 구조를 청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