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추진하는 농민수당 성격의 ‘전남형 기본소득제’ 도입을 놓고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농민수당이 저소득층 지원사업인 기본소득제와 뒤범벅되면서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다.

17일 전남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공동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전남도는 지난 15일 무안군 남악신도시 도립도서관에서 ‘전남형 기본소득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광주전남연구원이 연구용역을 맡아 기본소득제 적용 대상 선정, 소요 예산, 사회보장제도 신설에 따른 보건복지부 협의 등을 수행한 뒤 용역 결과를 오는 8월 말 제출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이를 토대로 오는 9월 말까지 전남형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내년도 예산에 반영, 내년 1월부터 전남형 기본소득제를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은 구직 중인 청년,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농어민 등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김영록 전남지사의 선거 공약이다. 김 지사는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는 아동수당을 도입해 만 0세에서 6세까지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노인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도 각각 월 25만씩 지급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미취업 청년들과 저소득 농어민 등 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생활보장 제도는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과 농어민 등 취약계층의 소득지원수당을 포괄하는 통합적 ‘전남형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민중당 전남농민윈원회 등으로 구성된 전남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공동추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농민수당을 전남형 기본소득제에 꿰어 맞추다 보니 농민수당의 정체성을 변질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농민단체가 요구한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주체인 농민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제안했는데, 전남도는 ‘전남형 기본소득제’라는 이름으로 저소득층 지원사업이 중심이 된 ‘짝퉁 기본소득제’를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제는 재산 등 어떠한 조건에도 상관 없이 모든 주민에게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전남형 기본소득제는 저소득층 등 대상을 선별적으로 선정하는 방식이어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외면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농민이 직불금 외 수당까지 받는 것은 중복 수혜라며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해남군 등이 추진하고 있는 농민수당 발전까지 가로막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전남도는 기본소득제 도입과 관련, 오는 29일 농민단체·전문가 등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박정욱 기자 jw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