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연고지 계약이 만료되는 한국전력 배구단(VIXTORM)이 광주로 올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 한국전력 본사가 빛가람 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벌써 5년째지만 한전 배구단은 아직도 수원시에 남아 있다. 한국전력 럭비단이 전라남도로 연고지를 옮겼고, 한국도로공사 여자 배구단이 본사가 있는 경북 김천 혁신도시로 옮긴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전력공사 입장에서도 프로 배구단의 광주 이전이 필요하다. 아직 지역민들 사이에서 ‘우리 한전’이란 말은 낯설다. 한전 배구단의 연고지가 광주가 되면 광주시민들의 애향심이 한국전력공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더욱이 프로 스포츠의 경기력 향상엔 연고지 팬들의 지지와 응원이 필수적이다. 우리 광주는 프로야구 타이거즈가 열악한 조건에서도 11번의 우승을 거머쥐도록 했다. 수원시에 외따로 있는 한전 배구단은 2018~19 시즌 좋지 않은 성적을 냈다. 모기업을 따라 경북 김천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도로공사 여자 배구단은 2017~18 시즌에 창단 이후 최초의 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현재 광주에는 문정초, 문흥중, 전자공고, 조선대, 광주대 팀이 있다. 여기에 한전 배구단이 오면 엘리트 체육 연계 육성이 완성된다. 광주엔 생활체육 동호회 240여 개, 교직원 배구팀 80여 개가 활동하고 있고 전국 유일의 좌식 배구(장애인 배구)팀이 운영되고 있어서 프로 배구 활성화를 위한 저변이 매우 넓다. 이런 호조건 속에서 한전 배구단에 대한 지역민들의 응원, 그리고 시와 유관단체들의 지원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므로 한전 배구단의 발전을 위해 연고지 이전은 바람직하다.

광주시민들의 입장에서도 한전 배구단의 이전이 꼭 필요하다. 야구와 축구가 거의 전부인 우리 지역에 ‘겨울 스포츠의 꽃’인 배구가 들어오면 새로운 관람 문화 정착의 효과가 기대된다. 서남해안의 중심 도시인 광주는 전라남도, 전라북도, 부산, 경상남도, 제주에 접해 있고, 중국이나 일본 팬들이 방문하기에도 지리적으로 용이하다. 경제적으로, 사회 문화적으로 상당한 플러스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한전 배구단이 수원에서 광주로 연고를 옮기는 것은 프로 스포츠의 지방 분산과 문화 산업의 균형 발전이라는 면에서도 타당하다.

대다수의 광주시민들도 한전 배구단의 광주 유치를 바라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시민 10명 중 7명 이상이 ‘동계 스포츠 구단이 없는 광주에 새로운 볼거리 제공’ ‘경제적 파급 효과 기대’ ‘한국전력공사 본사와의 시너지 효과 기대’ 등의 순으로 한전 배구단 이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동계 스포츠 불모지인 우리 지역이 프로 배구단 유치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4년부터 광주시와 시 배구협회는 한전 배구단의 광주 유치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한전 측은 당시 광주시의 제안 내용이 한전 배구단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광주시 측에 2019년 이후 재논의를 하자고 통보하고 한전 배구단 측은 2016년에 수원시와 3년간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광주시와 광주시 체육회에서는 한전 배구단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전용 구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비 89억 원을 들여 염주체육관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한다. 광주시와 광주배구협회는 한전 배구단이 요구하는 조건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조속히 유치 의향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전 배구단 측은 이번만큼은 대승적인 견지에서 광주시민의 염원을 받아들여 광주 유치를 수용해야 한다.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각층에서도 한전 배구단 유치와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