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입시비리…미국판 ‘스카이캐슬’ 발칵
정답 바꿔치고 운동경력 위조…연예인·기업인 등 대거 연루
총 50명 적발, 뒷돈 규모 280억대…사상최대 비리 스캔들
2019년 03월 14일(목) 00:00
한 번도 제대로 된 축구팀에서 뛰어본 적이 없는 한 미국 여학생이 ‘스타 축구선수’로 둔갑해 명문 예일대에 체육특기생으로 스카우트되는 데에는 부모님이 건넨 120만 달러(약 13억6000만원)의 뇌물이면 충분했다.

학습장애가 있는 것처럼 속여 특별시험장에서 일반 수험생보다 더 오래 시험을 치른 한 고교생은 서부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 합격할 수 있었다. 시험감독관이 이 수험생이 써낸 답을 나중에 정답으로 바꿔치기한 덕분이었다.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입시 비리 스캔들이 전모를 드러내면서 유명 연예인과 기업인 등 부자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과 일부 대입 컨설턴트의 거침 없는 불법 행위가 커다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과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결과 발표로 공개된 이들의 천태만상은 마치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일부 부유층의 과도한 교육열을 꼬집은 국내 드라마 ‘SKY 캐슬’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드라마에서 부정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역을 연상시키는 ‘미국판 김주영’이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 소재의 입시 컨설팅업체 ‘에지 칼리지&커리어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윌리엄 싱어는 30년 가까이 입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대학 운동부 감독들에게 뇌물을 주고 부정시험을 알선하는 등의 수법으로 부유층 자녀들에게 명문대 합격을 선사했다.

그가 201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대학 감독과 직원들, 입학시험 관계자들을 매수하기 위해 학부모들로부터 건네받은 뇌물은 무려 2500만 달러(약 28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싱어는 부유층 수험생들의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이 미리 매수한 감독관들이 있는 휴스턴과 로스앤젤레스(LA)의 특별시험장에서 SAT(미국 대입시험)와 ACT(미국 대학 입학 지원을 위한 시험)를 치르도록 했다. 뇌물을 받은 감독관이 수험생의 답안지를 고쳐 원하는 성적을 받도록 해준 것이다.

법원에 제출된 수사 자료를 보면 싱어는 수험생이 학습장애자를 위한 특별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면 “ACT는 30점대, SAT는 1400점대를 보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ACT의 만점은 36점이고, SAT의 만점은 1600점이다. 그 대가로 학부모가 낸 돈은 7만5000달러(약 8500만 원)였다.

심지어 다른 사람을 내세워 대리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건당 1만5000~7만5000 달러에 입학시험 관계자를 매수해 정답을 빼내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NYT는 전했다.

이 외에 수험생의 인종과 기타 신상정보를 위조해 대입 과정에서 소수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의 특혜를 볼 수 있도록 주선한 일도 있었다.

가장 흔한 수법은 부유층 자제들을 체육특기생으로 위장하는 일이었다.

싱어는 일명 ‘열쇠’(The Key)라고 불리는 자신의 컨설팅업체와 비영리재단을 활용해 학부모들이 준 돈을 세탁한 뒤 예일대와 USC, UCLA, 스탠퍼드대, 조지타운대, 텍사스대의 각 종목 감독과 행정당국자 등에게 뇌물로 건넸다고 한다.

/연합뉴스

실시간 핫이슈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