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가 명실공히 맛의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북항이 먼저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음달 12일 ‘맛의 도시 목포 선포식’과 19일 ‘해상케이블카 개통’ 등 1000만 관광객 시대를 견인할 대형 프로젝트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이대론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항 회 센터의 한상 차림.

김종식 목포시장은 “1000만 관광객 유치의 성패는 음식(맛)에 달려있다”고 강조하고 사실상 ‘음식문화 혁명’을 언급하며 공직자들을 향해 강력한 의식 재무장을 주문하는 쓴 소리를 쏟아냈다.

여기에 정순주 부시장도 ‘전 직원 음식점 견문 통보제’라는 고전적 카드까지 꺼내 드는 등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연초부터 대대적인 친절·질서·청결의 ‘목포사랑운동’을 펴고는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보건소의 시스템 부재가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로 떠올랐다.

업소 특별점검, 위생·친절교육, 상인회 간담회 등과 같은 기존 방식만으로는 업주 마인드 변화와 서비스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따라서 치밀한 목표 설정과 실행 계획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김 시장은 보건소 전 직원과 머리를 맞대고 격론을 벌이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시장은 이 자리에서 “보건소 직원이 먼저 변해야 상인들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북항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더 이상 미래는 없다는 절박감을 상인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며 명확한 목표의식과 정확한 방향 설정을 주문했다.

또 단체 손님을 빌미로 한 관광버스 기사의 노골적인 알선료(팁) 요구에 대한 보건소의 대책 부재도 도마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알선료는 20%가 보통이지만 일부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25~30%까지 지급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북항 지역에는 12만상, 15만상이 등장했다. 한 상(4인 기준)에 12만원, 15만원이라는 얘기다. 알선료 지급이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음식의 질이 떨어지고 음식점 신뢰도는 물론 목포 이미지 실추로 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데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목포시지부는 지난 8일 정기총회를 열고 1000만 관광객 맞이를 위해 친절과 위생·청결·바가지요금 근절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목포시 제공>

하지만 보건소는 ‘자정노력 유도와 지속적인 교육·간담회 실시’라는 해묵은 방안만 내세울 뿐 뾰쪽한 근절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알선료는 곁들인 반찬(일명 쓰키다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가격대 대비 푸짐한 상차림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단체손님을 받는 대다수 업소들이 쓰키다시를 일괄 납품받는다. 일괄 납품이 편리성은 있지만 붕어빵처럼 찍어낸 반찬에 정성은 고사하고, 90%가 국산이 아니라는 게 논란거리다.

여기에다 쓰키다시는 원산지표시 규정마저 적용받지 않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식탁에 한꺼번에 세팅되는 것이어서 고객들의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항을 다녀간 중장년층 관광객들 사이에서 “겉보기에 반찬 가짓수만 많지 실제로 젓가락이 가는 건 손에 꼽을 정도”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부 손님들 사이에선 “낙지호롱이 마치 나일론처럼 질겼다”라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현재 북항 일대에는 회 센터 등 122개 업소가 밀집돼 있고 4개 상인회가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단체손님을 받을 수 있는 업소는 14개소로 3000명 규모다.

그동안 보건소가 다양한 강경·온건 책을 내놨지만 ‘약효’가 미치지 못한 이유로 상인회가 4개로 쪼개져 상인회별로 입장이 다른 동상이몽 탓에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는 점을 든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선 최우선적으로 이들을 하나로 묶는 데 전행정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에 보건소는 지난 5일 대형음식점 업주들과 함께 여수시와 사천시 등으로 친절 선도업소 현장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또 4개 상인회의 화합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수렴해 노래자랑을 개최키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다 극단 갯돌에 의뢰해 친절과 호객행위·부당요금 근절을 내용으로 하는 연극과 길거리 공연을 선보이고, 북항 회 타운 입구에 대형 양심저울을 설치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처방’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보건소의 ‘약발’이 먹혀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더욱이 이에 대한 목포시의회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오수 시의회 기획복지위원장은 “알선료만큼 음식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팁을 없애거나 반찬 가짓수를 줄여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상처뿐인 영광’만 남을 것”이라며 “목포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목포에 가면 음식이 값싸고 맛있고 친절하더라는 입소문이 먼저 나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상인들 스스로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모두 공멸한다는 공감대형성과 결연한 의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목포시장이나 시의회 의장 주도로 14개 대형식당 업주를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할 것”을 주문했다.

/목포=고규석 기자 yous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