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5·18 망언의 파문을 ‘당내 징계’를 명분으로 회피하려는 꼼수를 내놓는가 하면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 재추천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당헌 당규를 방패삼아 망언 의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징계를 하지 않고 조사위원 재추천을 외면한다면 오는 4월 재보선 등을 앞두고 촛불 민심의 재결집이 이뤄지지 않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방미 일정을 마친 뒤,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5·18 모독 논란에 휩싸인 한국당 의원들의 제명 문제와 관련,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의 5·18 망언과 관련해선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는 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14일 5·18 민주화운동 모독 논란과 관련해 이종명 의원에 ‘제명’ 징계를 내렸고 전당대회 대표 및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징계를 유예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제명 조치는 의원총회를 통해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할 수 있어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또 김진태·김순례 의원이 징계를 받을 것인지도 미지수다. 특히, 두 사람이 전대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경우, 징계 자체가 무산되거나 경징계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늬만 징계’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은 5·18 진상조사위원 재추천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5·18 진상규명도 기약없이 표류할 전망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추천한 후보들은 위원 자격뿐 아니라 진상조사의 대상 범위에도 아주 적절하다”며 “헬기 기총소사 부분도 진상조사 범위이기 때문에 군 출신 경력자나 법조인 출신, 고증 작업을 한 언론인 출신도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 당이 추천한 인물에 대해 (법적 자격 요건 여부를) 청와대가 다시 검토하기를 요청한다”고 공을 청와대에 넘겼다.

이같은 한국당의 입장에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지난해 9월 시행됐지만, 한국당의 비협조 등으로 진상조사위가 5개월째 구성조차 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야당 추천 조사위원 4명 가운데 3명을 가져간 한국당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를 추천 대상자로 검토하는 등 논란을 빚은 끝에 지난 1월에서야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전 수원지방법원 판사를 ‘늑장 추천’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역사 왜곡 우려가 제기됐으며 이들 가운데 권 전 사무처장과 이 전 기자는 자격요건 미달로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거부당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움직임은 5·18 망언 사태 등을 지역적 이슈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망언 의원들에 대해 당내 징계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극기 부대 등 극우세력에 휘둘리며 최소한의 상식을 짓밟는 자유한국당의 퇴행적 모습은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일상으로 돌아갔던 촛불 민심의 재결집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파동은 지난 촛불 혁명 이후, 국민들이 가장 분노한 이슈라는 점에서 쉽게 잠잠해질 사안이 아니다”라며 “한국당 지도부가 이번 파동을 계기로 극우 세력과의 과감한 단절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욱 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