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지역에서 진행한 ‘오월, 광주에서 보내는 안부’는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였다. 1980년 오월을 지켜본 존재들을 이미지화한 엽서에 글을 써 ‘오월 우체통’에 넣으면 전국 각지로 보내주는 기획이었다. 당시 엽서에 실린 회화나무와 전남도청, 검은새를 그린 이는 윤연우(34) 작가였다.

전남대에서 공예를 전공한 윤 작가는 광주극장을 즐겨찾았던 이들이라면 반갑게 알은체를 할 인물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1월까지 광주극장 매표소를 지켰던 그녀는 ‘짐 자무쉬전’ 등 광주극장이 진행한 다양한 영화제의 포스터를 그렸고, 80살이 넘은 광주극장 기념 에코백 디자인도 담당했다.

지난해에는 광주극장만을 위한 ‘기념품(굿즈)’를 디자인해 내놓았다.

심은미·정정혜 디자이너 등 광주극장을 사랑하는 이들과 마음을 합쳐 ‘소작당’이라는 이름으로 편지지 세트, 엽서, 핀 뱃지, 주머니 등 모두 4종을 제작했다. 지금 광주극장 입구 로비에 놓인 굿즈들은 광주극장을 아끼는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녀는 “제가 좋아하는 광주극장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뜻을 같이 한 디자이너들과 제품을 만들었고 극장 관계자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극장 바로 옆 건물 2층에 작은 공간을 얻어 작업을 진행중인 그녀가 이번에는 또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색다른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윤연우 작가가 심은미·정정혜 작가와 작업한 광주극장 굿즈.

신곡 발표회와 드로잉 영상이 어우러진 ‘드로잉 콘서트-반복되는 밤’이다. 오는 24일 오후 8시 예술공간 ‘집’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싱어송라이터 김태승, 비디오 제작자 김철휘씨가 함께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는 기획이다.

밴드 ‘김과리’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김태승은 자신의 일상 이야기가 담긴 첫 솔로 1집 ‘I’m not ok’에 실린 11곡을 라이브 음악으로 들려주며 윤작가의 다양한 드로잉 작품들은 밴드 ‘어매이징 비주얼’에서 노래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김철휘씨가 영상으로 제작해 보여준다. 윤작가는 2016년 김태승씨의 뮤직비디오를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하며 인연을 맺었다.

공연 장소 ‘집’은 그녀가 직접 골랐다. 전남여고 맞은편에 자리한 ‘집’은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공간으로 딱딱한 공연장 대신 꼭 ‘집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으로 위로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택했다.

이번 공연은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https://tumblbug.com/repeatingnight)을 통해 진행중이다. 참가자들에게는 티켓, 앨범과 함께 김 씨의 뮤직비디오 캐릭터인 바둑이를 주인공으로 한 드로잉 에코백과 드로잉 마스크테이프, 드로잉 포스터를 증정한다.

그녀의 작업은 다채롭다. 색실을 짜넣어 그림을 표현하는 직물 공예인 태피스트리( tapestry )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 그녀는 서울에서 그림책학교를 다녔고 인물화를 모은 책 ‘역할극’을 도쿄 아트북 페어에 출품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데일리 잡지 편집 디자인일도 맡았다.

올해 계획은 동물을 소재로 작업한 태피스트리 작품을 중심으로 개인전을 여는 것이다. 그녀가 제작한 테피스트리 소품은 입소문을 타고 대구 작은 책방 ‘더 폴락’ 등에서 판매중이다. 공연 문의 062-233-3342.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