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복귀를 노리는 광주 FC가 ‘말’로 전력을 키운다.

광주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박진섭 감독은 4강을 목표로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 ‘승격’을 이야기하고 있다.

큰 목표를 내세웠지만 아직 빈틈은 많다. 나상호가 떠난 자리를 채워야 하고, 화력 지원에 나설 외국인 선수도 아직 영입하지 못했다. 광주의 첫 외국인 수비수인 아슐만토프를 비롯한 이한도, 김태윤 등 수비진도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하지만 광주에는 올 시즌을 준비하는 특별한 무기가 있다. 바로 생각과 말이다.

광주의 훈련은 몸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훈련 도중 선수들 간의 대화는 물론 감독과 선수들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훈련 시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연습 경기 도중에도 ‘특별 미팅’이 진행된다. 그라운드에서 잠시 물러나 박 감독과 대화를 한 뒤 원래 자리로 복귀하는 일도 종종 있다.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왜? 어떻게?’라는 고민을 하면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경기 중간에도 대화가 이뤄진다.

박 감독은 현역 시절 ‘꾀돌이’로 통했다. 영리하고 효율적인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갔던 박 감독은 광주의 ‘생각하는 축구’를 확실하게 만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양방향 소통을 어색하게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확실하게 이해가 되지 않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먼저 감독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난 13일 비셀 고베와의 연습경기에서도 이런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프 타임에 수비수 이으뜸은 정영총과 감독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전반전 플레이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았다.

아예 감독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 선수들에게 조별 과제를 제시해 ‘필승 비법’을 찾고, 이를 발표하도록 하는 시간도 있다.

선수들은 ‘3-5-2 전술의 우리 팀과 4-3-3의 포메이션의 상대 팀. 우리 팀이 열세로 3정도 실력이고, 상대가 7의 실력이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와 같은 과제를 받고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

루키 이희균은 “어떻게 빌드업을 하고, 공격을 하고, 수비를 할지 또 이 포메이션의 장점은 뭔지를 설명하고 승리할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실력이 3이라서 많이 할 수 있는 게 없더라(웃음)”며 “빌드업이 힘드니까 킥이랑 약속된 플레이로 어디 공간에 찔러준다. 공격은 카운트 어택으로 나서고, 수비는 더 조직적으로 해서 상대 공격에게 볼이 가지 않도록 공간을 좁혔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전술이고 가장 정확한 필승 방법이지만 선수들이 쉽게 잊고 있는 부분들이다. 전체적으로 팀을 조망하면서 선수들은 ‘꾀돌이’ 박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고, 만들어가고 싶은 팀의 모습을 인식해가고 있다.

시야를 넓혀가고 있지만 선수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

이희균은 “머리가 아팠다. 감독이 쉽지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부족한 전력을 말로 끌어올리고 있는 광주. 그들의 말 많은 2019시즌이 준비되어 가고 있다.

/오키나와=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