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바둑 계보를 잇고 있는 박정환 9단이 농심배 세계바둑 대회 패권에 홀로 도전한다.

이 대회는 한·중·일 3국 대항전으로 한국에서 5명이 출전했지만 4명이 탈락해 박정환이 유일한 생존자다. 호남 팬들은 박정환이 2005년 이창호 9단의 ‘상하이 대첩’ 신화를 재현해줄 것으로 고대하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자랐지만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광주 토박이로 사실상 광주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정환은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리는 제2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차전에 혈혈단신으로 출전한다.

농심배는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바둑 대항전으로, 국가당 5명의 대표기사가 연승전 방식으로 겨뤄 우승을 가리는 대회다.

박정환 외 이세돌 9단(1패), 최철한 9단(1패), 신민준 9단(1패), 안국현 8단(1패)이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모두 중도 탈락했다.

박정환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본선 2차전 9국에서 중국 판팅위 9단의 8연승을 저지하면서 한국에 첫 승을 안기고 홀로 3차전에 나가게 됐다. 대국의 궤적이 2004∼2005년 이창호 9단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한국의 마지막 주자였던 이창호는 부산에서 1명, 중국 상하이에서 4명을 내리 꺾으며 한국에 기적 같은 우승컵을 안겼다. 이 활약은 ‘상하이 대첩’이라 불린다.

박정환은 18일 본선 10국에서 일본 이야마 유타 9단과 벼랑 끝 대결을 펼친다. 이야마 역시 일본의 마지막 주자로 남아 있다. 박정환은 이야마에 상대 전적 4승 2패로 앞선다. 박정환이 이야마를 꺾으면 중국의 커제·스웨·구쯔하오·당이페이 9단과 상대해야 한다.

쟁쟁한 세계 정상급 기사들을 상대로 험난한 여정을 앞둔 박정환은 “중국 선수들이 많이 남아 부담되지만 최종국까지 가서 커제 9단과 만나고 싶다”고 임전 소감을 밝혔다. 박정환이 ‘상하이 대첩’에 성공하면 한국은 2년 연속 농심배 우승을 달성한다.

농심배 우승 상금은 5억원이며, 본선에서 3연승 하면 이후 1승을 추가할 때마다 1000만원의 연승 상금을 받는다.

/윤영기 기자 penfoot@·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