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이하 맥쿼리)는 지난 7년간 제2순환도로에서 3370억여원을 챙기고도 2016년 6월 광주시와의 재정경감 협의 과정에 맺은 ‘지산IC 진출로’를 자신들이 100억원을 들여 개설하겠다는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지산IC 진출로’는 일부 주민의 민원으로 늦어진 측면도 있지만 광주시가 일부 예산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광주시가 예산을 줄이기 위해 진행한 재협상이 되레 시에 불합리한 구조를 만들었고, 재협상 과정에서 맥쿼리의 조건을 대부분 수용하는 대신 약속했던 ‘지산IC 진출로’ 비용도 시가 일부 부담하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14일 “제2순환도로 내 동구 지산동 통과 구간에 ‘지산IC 진출로’ 공사를 오는 2020년 9월 완공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애초 이 진출로는 지난 2016년 광주시와 맥쿼리가 진행했던 재정경감재협상 과정에 맥쿼리 측이 100억원을 들여 개설하고 하이패스도 설치하기로 했지만 완공 목표였던 2018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이 진출로는 소태 요금소에서 두암IC 방향으로 2.5km 떨어진 곳에 설치된다.

운전자들은 광주의 핵심 교통망인 제2순환도로에서 무등산 방면 진입을 위해서는 기존 두암IC를 이용했으나 IC를 빠져나온 뒤 도심으로 1.5km를 우회해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에 지산IC가 개설되면 곧바로 광주법원 진입로를 통해 무등산 방면으로 연결돼 도심으로 우회하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고 통행량이 늘어 맥쿼리에 예산을 지원해줘야 하는 광주시의 부담도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됐다.

현재 이 진입로 공사에는 72억3000만원이 소요되며 이 중 맥쿼리가 52억7000만원을 부담하고 설계·보상비 19억6000만원은 광주시가 부담할 계획이다. 통상 예산을 지원받는 도로공사의 경우, 국비가 투입되더라도 부지 등은 공유재산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부담하는 게 맞다는 게 광주시의 입장이다.

대신, 맥쿼리는 26억9700만원을 들여 제2순환도로에 하이패스를 설치했다. 하이패스 설치를 포함하더라도 맥쿼리는 재정경감협약 당시 약속했던 지산 IC 등 개설 예산 부담액 100억원에 못 미치는 79억6700만원만 부담하는 셈이다.

광주시는 지산 IC와 하이패스 공사비가 애초 약속된 100억원에 못 미치면 이를 감안해 재정지원금을 준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수천억원의 예산을 맥쿼리에 주고 있는 상황에서 맥쿼리가 애초 약속됐던 공사비 100억원에도 못미치는 72억3000만원에 지산IC 등을 개설하는데 광주시가 추가 예산을 투입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감위원이었던 김동헌 전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지산 IC는 국비를 지원받아 지자체가 부지를 매입한 뒤 도로를 개설하는 일반적인 상황과 다르고, 너무 많은 혈세를 받는 민간업자와 광주시가 했던 협상 조건이었다”면서 “맥쿼리가 부지를 구입한 뒤 광주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도 있는데 광주시가 ‘맥쿼리 중심의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