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옛 네버 마인드), ‘부드러운 직선’, ‘보헤미안’, ‘살롱 드 재즈’ 등 광주의 작은 공연장들은 지역 음악인과 관객에게 보물 같은 공간이다. 꾸준히 설 수 있는 무대가 있음에 이들 장소는 인디 뮤지션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후원자가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광주천변에 문을 연 ‘존 앤 마리아’(John&Maria•수기동 106-3)은 지역 문화공간의 계보를 잇는 라이브 클럽이다. 별다른 홍보가 없는데도 지난 3개월 여 동안 이곳은 지역 음악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정기공연을 여는 ‘존 앤 마리아’에는 여러 뮤지션이 거쳐갔다. 싱어송라이터 이진우가 2집 앨범 쇼케이스를 가졌고 국악자매 앙상블 소공, 가수 류의남, 그란디 등이 콘서트를 열었다.

클럽을 운영하는 장혜란·박성언씨 부부.

14일 오전 ‘존 앤 마리아’를 운영하는 박성언(40)·장혜란(37) 부부를 만났다. 결혼 11년 차인 이들은 박성언 밴드로 활동하며 연주·작곡·프로듀싱도 하고 있다. 대학 시절 서울서 만나 남편의 고향인 광주에 터를 잡았다.

‘존 앤 마리아’는 낮에는 카페, 밤에는 공연장이 되는 1층과 대관이 가능한 지하 공연장으로 구성돼 있다. 객석 구분 없이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 커피와 술을 마시며 관람할 수 있다. 수용할 수 있는 관객이 많지 않은 탓에 지난 크리스마스 파티 때는 관객들이 건물 밖에서 공연을 보기도 했다.

공연이 주로 이뤄지는 30평(99㎡) 면적의 1층에는 피아노, 신디사이저, 기타, 드럼, 퍼커션, 아코디언 등 악기와 턴테이블이 구비돼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 한 중년 남성이 들어와 자신의 LP판을 틀어줄 수 있느냐 묻길래 그러시라고 했어요. 그날 밤 우리는 윤복희의 오래된 앨범을 들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죠. 민중가수 김원중씨는 이곳에서 술잔을 나누다가도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곤 합니다. 정해진 스케줄 없이 누구나 원하는 음악을 듣고 연주할 수 있는 곳이 우리 클럽입니다.”

‘존 앤 마리아’의 탄생과 함께 첫발을 내디딘 뮤지션도 있다. 4인조 밴드 ‘마인드, 바디&소울’은 ‘존 앤 마리아’가 생길 때부터 꾸준히 이곳 무대에 올라 블루스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음악하는 후배들에게 무대를 마련해주고 싶어서 정기 출연을 제안했어요. 많지는 않지만 일정한 출연료를 주고 있죠. 관객이 들쑥날쑥한데 저 혼자만 자리를 지키더라도 공연은 계속합니다.”

박성언씨의 말처럼 ‘존 앤 마리아’를 찾는 발길은 아직 많지 않다. 음악인들 말고는 천변을 지나가다 호기심에 들르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박씨 부부는 지난 2011년부터 4년여 간 전남대 후문에서 라이브 클럽 ‘에비로드’를 운영하다 ‘망한’ 기억이 있다.

“클럽은 수익을 생각하고 운영하면 오히려 유지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지난날 에비로드를 운영하면서 얻은 교훈이라할까요. 그저 1년 365일 매일 밤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이브 클럽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매달 둘째·넷째 주 토요일 오후 8시 공연이 있다. 오는 23일에는 ‘마인드, 바디&소울’이 ‘블루스의 밤’을 꾸민다. 입장료 1만원을 내면 음료 한 잔과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오전 11시~밤 11시(일요일 휴무). 문의 062-222-1717.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