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선(61·사진)씨는 지난 12일 여수시 국동의 한 야산에 ‘현장감식’을 나갔다. 지난 9일 등산로 인근에서 난 화재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다. 임야 330㎡(100평)를 태우고 당일 진화됐지만 불이 난 원인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는 경찰과 현장을 감식한 뒤 누군가 번개탄을 이용해 불을 질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산불’이 난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는 윤씨는 지난해부터 2대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전남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보성군 부군수를 지낸 그는 41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뒤로 하고 ‘산불방지 전도사’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산림청 특수법인인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는 지난 2015년 설립된 뒤 산불방지 전문인력 교육과 산불현장 감식 등을 하고 있다. 광주·전남·제주 관할 전남지회에는 7명의 강사가 소속돼 각 시·군에서 20~30명씩 활동하는 ‘산불진화대’를 교육하고 있다. 이들 강사는 각 지역을 돌며 2일 과정으로 산불 예방과 진화·복구·안전 수칙 등을 이론·실습 과정으로 나눠 교육한다.

“지회장을 맡은 지 2년째인데 생각보다 하는 일이 많더라고요. 정기적으로 산 속 사찰과 시설 등에 소화시설 점검을 나가고 산불 위험지를 찾아내는 일도 저희 몫입니다. 오는 5월 담양에서 열리는 산불진화대 경진대회 준비도 해야해서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합니다.”

전남도의 산림 정책에 대해서 말하려면 윤 지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광주농고를 수석 입학·졸업한 그는 1977년 공직에 입문해 정년퇴임할 때까지 산림 분야에서만 근무해 온 베테랑 공무원이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2015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를 기획·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지난 2015년에는 산림자원 보호 노력을 인정받아 ‘6회 세계산불 총회’에서 근정포장을 받기도 했다. 전남도 민선 6기 브랜드 시책인 ‘숲속의 전남 만들기’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또 숲가꾸기 사업장에서 버려지고 있는 수목을 활용하는 ‘나무은행’을 전국 최초로 운영했다.

윤 지회장은 산림분야에서 근무하는 동안 전남대 대학원을 오가며 관련 학문을 더 공부했다. 윤 회장은 현장 경험을 살려 ‘숲속의 전남 만들기 정책에 대한 지방산림정책학적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임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토 3분지 2가 산림인 우리나라에서 산림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보다도 큽니다. 하지만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로 산림 면적은 점차 줄어들고 있어요. 생태계를 유지하는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산림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아요. 틈나는 대로 산림에 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40여 년 동안 쌓아온 산림보호 노하우를 담은 책을 내서 시민들과 나누고 싶어요.”

/글=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