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듯, 새침한 듯, 조금은 촌스러운 듯.

화폭에 등장하는 단발머리 그녀의 모습이다. 발그레진 얼굴의 그녀 곁에는 한 남자가 있다. 두 사람은 화사한 매화 나무 아래서, 어딘가로 떠나는 차 안에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따스하고 화사한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은 동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사랑 가득한 ‘기억풀이’ 연작을 그리는 신철(66) 작가 초대전이 오는 25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With You’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경기도 양평에서 작업하고 있는 신 작가가 2001년 개인전을 연 후 18년 만에 고향 전라도에서 갖는 개인전이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그녀는 작가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아름답고 푸르른 바다와 산천이 어우러진 고향 완도 청산도의 추억이 만들어낸 인물이다. 힘들고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늘 힘이 되어주었던 고향의 누이들을 그는 화폭으로 불러냈고, 그의 작품은 세상의 모든 그녀들에게 보내는 헌사가 됐다.

전시에서 만나는 회화와 입체 20여 점은 관람객들에게 따스함을 전해주는 작품들로 자신의 곁에 있는 이들을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 속 그녀와 그는 첫사랑을 수줍게 고백하는 젊은이들이기도 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젊은 연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건 인물들과 함께 나무, 집, 별, 꽃 등 배경에 등장하는 소품들이다. 여기에 무엇보다 화려하고 산뜻한 색감이 눈에 띈다. 얼핏 아이들의 그림 속에서 등장할 것 같은 원색의 색깔들은 그림에 화사함을 더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한평생 꿈꾸는 소년의 감성으로 그림을 그려왔다는 작가는 “누구나 하나쯤은 그리움을 간직하고 산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잊고 지냈던 유년의 기억을 불러내며 순수함과 따스함의 세계로 안내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원광대 미술과와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한 신 작가는 40여 차례 개인전과 800여 회 단체전·아트페어에 참여했으며 중학교 미술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돼 있다. 그림과 글이 함께 담긴 책 ‘노스탤지어’(2018)와 ‘순수의 시절’(2014)을 펴냈다. 문의 062-360-1271.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